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 9시간.
내 평생에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려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호사도요.
먹을 거라고는 커피 타 먹을 보온병 딸랑 하나 들고
이 아이를 찾으러 그 넓은 벼 심기를 해버린 논을 다리 건너까지 뒤지고 다녔으니...
그 모습을 아파트 주민이 내려다 보고 있다가
안 되겠다, 가르쳐 줘야 되겠다, 그러면서 내려왔다고
저에게 저기 저 풀숲에 숨어 있다고 가르쳐 줬습니다.
아침부터 계속 다니던데 배고프겠다고
귤 한 개와 에너지바 한 개를 주머니에 넣어줍니다.
정~~말 배고팠습니다. ㅎㅎㅎ
제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혼자였는데
시간이 지나니 몇몇 팀이 오더군요.
귤 한 개는 그 사람들과 두쪽 씩 나눠 먹고
에너지바는 저 혼자 먹었습니다. ㅎㅎ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으니
다들 포기하고 돌아가고
저와 경기도에서 온 한 팀만 남았습니다.
그 여자 분이 논둑으로 걸어들어 가서 찍으면 안 될까?
그러니까 그 일행이 논 주인이 둑 무너진다고 싫어 한다고.
저도 좋은 생각이라 하고 따라 가려다가
듣도 보니 그 말도 맞고 호사도요가 놀라기도 할 것 같아 몇 장 더 찍다가
감도도 안 나오고 나는 먼저 가겠다니 따라 나서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혼자 한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카메라를 품에 안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그 풀섶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참, 사람이란...
정말 그야말로 형태만 알아볼 정도의 사진만 얻었지만
그 오랜 기다림 끝에 고마운 사람의 도음으로 만난 아이라
나에겐 소중한 사진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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