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속의 이야기

시간 부자

까탈스러운 장미 2019. 4. 14. 15:58








우리 기행 팀의 대부분이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분들이고

저만 대구에 저만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주 가끔은 기행의 공백이 생깁니다.








이번 기행에서도 그런 공백이 생겨서

시간 부자가 됐습니다.

무엇으로 이 시간을 쓸까 생각해보니












다음 기행지가 인천 부근이라

몇 해 전에 인천 송도의 화려한 야경을 사진으로 본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럴 땐 제 기억력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아 흐믓...ㅎㅎㅎ







저는 인천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인천 송도 신도시 야경 포인트 아세요?

그랬더니 그 젊은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느 곳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저는 왜 그 커다란 둥근 그릇 같은 거 있는 곳이요.

그랬더니

아, 트라이볼요?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저~쪽으로 가세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아무래도 좀 마음이 안 놓였는지

유턴해서 뒤로 돌아서 쭉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으라고 자세히 가르쳐 주더군요.
















하라는 대로 했지만

차 세울 곳이 없어 몇 바퀴를 주위를 뱅뱅 돌다가

아무튼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네이버 지도를 켜고

도보로 쭉 따라 내려갔습니다.









처음엔 저것이 왜 트라이볼이야?

하나밖에 안 보이는디?

그러나...

트라이볼이라니까 분명 세 개일 거라 생각하고 주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Tri-Bawl

맞았습니다.

세 개의 그릇을 붙여놓은 형상으로 지은 건물이었습니다.


넉넉한 시간 부자였기에

여유있게 주변을 돌았습니다.












우와~~~

그랬더니 이런 야경도 각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바람이 많이 불어 도무지 반영을 얻을 수가 없었는데

한 바퀴 돌고 있다보니 갑자기 잠시 이렇게 거울처럼 깨끗한 반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저는 항상 이럴 때는 저 위에 계신 분의 배려와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ㅎㅎㅎ








저 세 개의 그릇을 반영까지 담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조금 아쉬운 것은 이때는 너무 늦은 시각이라 트라이볼의 조명을 꺼버려서

보석은 빼고 찍혔습니다.

















배 고프고 춥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도무지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어서 누구처럼 어두운 공터를 찾아야만 할 형편이고...


그래서 차까지 걸어가려고 나왔는데

납작 허리를 구부리니 이 포인트가 보이는 겁니다.

배 고프고 춥고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삼각대 다시 펴서

마지막 이 장면을 얻었습니다.




잠시 후 바람이 불면서 이제 그만 가라고...





인천의 밤늦은 거리를 걸으며

수십 년만에 밤거리를 걸어보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화려한 야경을 얻은 부자가 됐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