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속의 이야기

봄날은 간다

까탈스러운 장미 2025. 4. 17. 19:51

 

 

 

너무나 아름다워서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했던

봄날은 간다.

 

어제는 

내 마지막 막니를 뺐다. 

 

처음 막니는 대학교 1학년 때

너무나 아프게 밀고 나와서

멋도 모르고 가서 뺐는데

차라리 그냥 두는 것이 나았겠다는 

후회로 기숙사가 떠내려가도록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애를 둘이나 낳고 

친구 치과에 갔다가

얼떨결에 빼고는 잊었던 첫 기억을 그제야 생각해 내고는

밤새 앓았다. 

 

그리고 그 아픔을 절대로 잊지 않고 

지금까지 빼지 않고 버텼는데

이 사이에 자꾸 음식물이 끼고

너무나 귀찮아서

이제 아파봐야 얼마나 아프랴 싶어

용기를 내서 치과에 갔다.

 

잔뜩 겁 먹은 나를

그 어린 여 의사가

배려를 해서 

진통제를 먼저 털어 넣고

마취 주사도 맞고 

드디어 마지막 남은 내 막니를 뺐다.

 

 

내 첫 말은

앓던 이 빠진 기분이라고...

 

그리고 집에 와서 

아파서 엉엉 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아플 기미가 없다.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마취 주사 맞으면

하루는 얼얼해서 감각이 없었고

마취가 풀리면

세상이 떠내려갈 정도로 울어야 했는데

 

요즘 세상은 우째 이리도 

피도 안 나고

아프지도 않고

 

이 뺀 거 잊어버리고

그리로 밥 씹어 먹다가 

후딱 놀랐다. 

 

아고 ~~~

세상에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