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란초(보라색, 분홍색, 흰색)

며칠 전 자란초를 만나러 갔습니다.
많이 늦은 시기라는 것을 알았지만
10년이 넘은 기억을 더듬어
그 자리에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전에 호사도요 보러 갔을 때
딸랑 보온병에 커피 타 먹을 물만 갖고 갔다가
배고파 죽을 뻔 했기 때문에
이번엔 에너지바를 챙겨갔습니다. ㅎㅎ

도착하자마자
구슬붕이 한 장 찍고
기억을 더듬어 데크를 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갔지요.
물론 10년 전 기억을 더듬어...

며칠 전 왔던 비 때문에
숲속은 축축하고
땅은 질었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함박꽃이 활짝 피어 있어서
자란초를 찍고는 함박꽃을 열심히 찍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숲속을 뒤지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이끝에서 저끝까지 뒤져도 나오지 않는 겁니다.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돌았습니다.
이번에는 더 멀리까지...

이상하다.
이런 풀이 있으면 이 아이가 좋아하는 풀인데...
그리고 한 발을 내디디는 순간
헉~~~
눈앞에 분홍색 자란초가 좋아하는 풀더미 속에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 풀들은 다녀간 진사들 덕분에 초토화가 돼 있었지만요.
이제 남은 보라색과 흰색을 찾아야합니다.

물론 시기가 늦어서
깨끗한 상태는 별로 없었습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보라색 군락이 나왔습니다.
일찍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 남은 것은 흰색인데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는 겁니다.

그 숲을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베낭은 온통 진흙에 엉망이고

다시 발길을 돌려
처음 분홍색을 찾았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그 근처였던 것 같아서요.

드디어 만났습니다.
흰색은 개체수가 몇 안 됩니다.
예전에도 그랬어요.

시기가 늦으면 보통은 내년을 기약하지요.
그래도 기어이 가서 그 어두운 숲속을 혼자 찾아 헤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해 줬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저 위에 계신 분도
혀를 끌끌 차시며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