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울릉도, 그 아름다운 섬으로 가는 날이다.
출발하기 전에 아우라지 영숙이가 같이 가는 귀순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덜렁이 혜경이 잘 챙겨 델꼬 다니라고.
헐~~
나 잘 따라 다닌다고
가이드가 날 버리지 않는 한...
ㅎㅎㅎ
포항여객선 터미널에서 썬플라워호를 타고 세 시간 남짓 걸려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했다.
나에겐 참 좋은 친구들이 많다.
생각지도 않게 포항사는 태양이 병선이가 빵과 커피를 사들고
포항여객선 터미널까지 배웅을 나왔다.
시작부터 뭉클한 감동이다.
태양아, 정말 귀순이랑 나랑 얼마나 감동 먹었는지 아나?
멀미?
바다가 장판지 같았다.
거짓말 조금만 보태면
배가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선실이 밀폐되어 있어서 바깥 구경은 하나도 못했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배와 사람과 차로 뒤범벅이 된 울릉도와 첫대면을 했다.
나라는 사람까지도 왔으니 오죽하겠냐 만은
도동항은 평일인데도 사람으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배에서 내려서 제일 먼저 정면에 보이는 향나무가 유명한 것이니
놓치지 말고 찍으라는 말이 생각났다.
저건가보다.
민박집에 짐을 던져 놓고
막바로 울릉도 서쪽 반바퀴를 도는 버스투어를 시작했다.
갑자기 날이 흐려지더니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세상의 무슨 일이든
다 나쁜 것은 없다.
나는 말이지
벌써 언제부터 비옷을 사놓고 이걸 언제 입어보나
열댓 번도 더 꺼내 봤던 멋진 비옷이 있었다.
이걸 입고 출사가겠다고 사놓고는
비오는 날은 카메라 젖는다고 집 밖에도 안 나갔으니...
오늘에야 이 비옷이 진가를 발휘했다.
버스 속에서 투어만 하다가
거북바위 앞에서는 내려준다.
좋다고 비옷을 입고 내려서
거북바위랑 통구미마을을 찍었다.
근데
이 비옷이 한 컷 찍어달라고
휙 카메라 앞에 들이댄다.
정말 예쁘지 않나? ㅎㅎㅎ
이 거북바위는 바위 하나가 거북의 형상이 아니라
여러 마리가 있는 형상이라는데
비가 와서 몇 마리 거북이가 있는지
세어 보질 못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태하황토굴로 향했다.
버스 기사가 총각인데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는지
비오는 버스 안에서의 갑갑할 수 있는 투어가 지루하지 않았다.
태하황토굴에서도 내려서 주위를 다녀 볼 수 있었다.
저 황토색이 절대로 염색한 색이 아니라고
얼마나 강조를 하던지...
나도 한 가지 강조를 해야겠다.
내가 찍은 사진은 한 장도 필터조차도 끼운 것이 없이
오로지 카레라와 광각렌즈로 찍은 것이다.
포토샵은 할 줄도 모른다.
그러니
이 왕초보가 찍은 사진이라 해도
울릉도의 바닷물과 초록의 산이 얼마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인지
정말 뽀샵 안 했어? 소리가 나올 것이다.
광각렌즈라서 상의 왜곡은 좀 있을 것이다.
검은 구름 사이로 구멍이 뚫린 듯이 파란 하늘이 보였다.
그 앞에 거무튀튀하게 보이는 것이
이렇게 예쁜 빨간 등대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이렇게나 세상은 달라 보인다.
여기는 예전에 나비가 왔을 때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던 곳이란다.
아직도 그때 부숴졌던 집이랑 복구하고 있는 공사장이 눈에 띄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지나가면서 사자 바위를 봤다.
태풍에 아랫니가 빠져서 지금 임플란트 하는 중이란다.ㅎㅎㅎ
꼬리가 날아가 버렸는데
나비가 잡아 먹어 버렸단다.
나비한테도 꼬리를 잡아 먹히는 이빨 빠진 사자...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무엇이 느껴지는가?
저 버스에 사람이 다 타고 나는 아직도 까마득히 먼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차를 타니 제일 늦게 탔다고 노래하라고 박수를 친다.ㅎㅎㅎ
죄송.
이후로는 제일 늦게 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빨간 등대와 항상 쌍으로 있는 하얀 등대.
둘은 항상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다.
둘이지만
항상 서로는 외로운 등대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라
화산이 폭발하면서 살며시 폭발했겠나?
그러니
산세가 높고 경사가 가파르다.
그 높고 가파르고 거기다가 좁은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는데
정말 곡예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도달한 곳이 성불사이다.
저 송곳봉이라는 바위엔 구명이 네 개 나 있다는데
나는 세 개밖에 못 찾았다.
하나는 어디 있는 거지?
좀 더 걸어 바다를 내려다 보니
그 바닷물 색깔이 쪽빛 보다 더 쪽빛이다.
비가 좀 멎고
같이 간 귀순이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자유다~~ 를 외치며 바다를 향했다.
지난 겨울에 그 바닷빛이 환상적이라는 발리에 갔을 때
얼마나 실망을 하고 돌아왔는데
내 나라 내 땅에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 자부심이었는지
발리?
너 울릉도 근처에 얼씬 거리지도 마라.
등을 돌려 산쪽을 보니
그림같은 풍경이다.
어디 외국이냐고?
우리나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목가적인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가
가수 김완선의 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이라 했지, 아마...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올라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한 점 가로등이 왜 그리 찍고 싶었는지
수십 장도 더 찍어 댔을 것이다.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말하면 보일 정도로는 찍혔네.*^^*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나리도 한 송이 피어있지 않고
너와집과 투막집도 버스 속에서 눈으로만 찍어야 했고
그 너른 경작지의 기하학적 구도는
낮은 곳에서는 이 키 작은 내가 찍을 수가 없잖아?
내가 찍은 것은 고작 내 눈높이에 맞는
이 사진 뿐이었다. ㅎㅎ
조껍데기주라 했던가?
아무튼 동동주 같은 막걸리 하고 울릉도 나물부침개를 먹었는데
술은 못 먹으니
반밖에 음식 체험은 못한 셈이다.
내려오는 길에 여기가 아마 석포일출 전망대라 했던 것 같다.
서쪽 반을 돌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라고동 껍데기 처럼 뱅뱅 돌아가는 가파른 길이었다.
그 길의 궤적을 찍는다면 아마 모두들 눈이 부셔 장님이 됐을 것이다.
그러니 못 찍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겠다.ㅎㅎㅎ
저녁 바다
멀리 떠 있는 한 척의 배는
귀순이의 말을 빌리면
엄마가 그리워지는 시간에 그리움을 더해주는 소품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twilight
필터 사용했냐고?
뽀샵했냐고?
그 소리 나올만 하지.
그렇게 묻는 사람 잘못 아닙니다.
바다가 너무 그림같이 아름다운
울릉도가 잘못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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