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꽃 찍고 집에 와서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파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설악산을 갔다 왔어도 멀쩡했는데
이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비가 온 뒤라 산은 질퍽하고
더구나 인적이 거의 끊어진 곳이어서 부엽토가 거의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두터웠습니다.
당연히 통신도 불통이었습니다.
저 녀석이 있는 곳 150미터를 눈앞에 두고
길이 더 이상 없는 줄 알고 하산했습니다.
그런데요
다 내려와서 전화를 해보니 바로 거기서 150미터를 더 가면 된다는...
당연히 또 가야죠.
고지가 저긴데
앵글파인더도 잃어버렸는데...
그리고
이 아이를 만났습니다.
발이 미끄러진 자리엔 지렁이들이 꿈틀거렸습니다.
난 아직 안 본 거야.
그 후로 땅은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쥬라기 공원에서 들었던 시조새의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정말 멀리 중생대로 시간이동을 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들만의 세계.
벌과 나비가 쉴새없이 드나들고
그 깊은 산속에서도 그들은 조금도 외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안 와야지.
방해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힘들어서 두 번은 못 오겠다.
지금 제 오른팔은 온통 시커멓습니다.
멍들어서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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