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캡틴! 나의 캡틴71 따뜻한 마음 제 블로그를 늘 오시는 분이라면 JHK를 아실 겁니다. 그래요. 지난번 경산에서 다니던 학교에 우리반 꼴통 JHK 말입니다. 여름방학하는 날 쌤 보고싶으면 문자 날려라 했더니 방학한 다음날 새벽 6시에 늦잠도 못자게 문자를 날렸던 그녀석 말입니다. 어제는 아니 요즘은 너무 바쁘고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몽골 다녀와서 막바로 출근해서 몸살을 앓아가면서 계모 노릇도 해 가면서 말도 못하게 별난 녀석들과 씨름을 하며 지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교회 일이 밀려 있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밤 9시21분에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우리반 JHK였습니다. 아니, 이녀석이 띄어쓰기도 안 해서 다 읽다가 숨넘어가겠군. 거기다가 녀석에게 어울리지 않게 웬 하트? 그렇게 생각하면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설마 .. 2023. 9. 1. 마음속에 노란 리본 하나씩 달고 거의 밤마다 아이들이 찾았어요.알림창에 노란 카톡알림이 뜨면서쌤, 보고싶어요.... 정말 몇 달을 아이들이 보고싶어 밤마다 울었습니다.여름방학에 만나자. 시간이 지나면아이들이 잊을 줄 알았지요. 며칠 전에 아이들이 대구에 찾아오겠다고 카톡이 왔어요. 너무 멀어.쌤이 갈께. 오늘내 아이들을 보러 갔어요. 아이들의 사랑은 조금도 식지 않았어요. 4명이 못 왔어요.2명은 전학가서 못오고2명은 혼자는 못 다니는 특수아라 못오고. 그렇지만 그 아이들이 제일 보고싶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컸어요.어느 녀석이 그래요.쌤이 우유먹여 키웠다고.ㅎㅎㅎ 아침에 급식 우유 나오면 그 자리에서 다 먹였거든요.키 커야한다고. 키만 멀뚱하게 컸지 아직 아이에요.밥은.. 2023. 9. 1. Time to say good bye 1학년 3반, 담임으로서 마지막 메시지다. 내일 각자 2학년 자기반 찾아가고 지각하지 말고 착하고 바르게 잘 살아라, 사랑한다.♥ 마지막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좀 일찍 자야겠습니다.ㅎㅎ 2012년 3월 1일 2023. 8. 31. 흔적 지우기 오늘은 하루 종일 흔적 지우기를 했습니다. 컴퓨터에 내 흔적 지우기 모든 문서에 내 흔적 지우기 내가 쓰던 책과 비품들에서 내 흔적 지우기 파쇄기가 있어 그 모든 것은 순식간에 다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내 아이들에게 피자 사먹이며 그들의 가슴에 내 흔적 지우기... 파쇄기가 없어 언제 지워질지 모르겠습니다. 내 가슴에 내 아이들의 흔적은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지울 수 없을 겁니다. 내 가슴 속에 깊이 키스로 봉합니다. 2012년 2월 10일 2023. 8. 31. 이별 준비 오늘 육아휴직을 했던 선생님이 복직을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말하자면저에겐 해직통보지요. 2년을 연달아 있었으니 그것만도 기적같은 행운이었습니다. 이제 이별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어제는 운전 중에 쉴 새 없이 문자가 날아들었습니다. 내일 몇 시까지 학교가요? 수업해요? 보고서 나중에 내면 안 돼요? 내일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쌤 볼 수 있으니까요.... 만약에 제가 없어도 이녀석들 이제 2학년 되니까 잘 하겠죠? 저는 위에 사진을 터키에서 찍으면서 그냥 홀로 서 있는 등대가 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걸어가면서 각도가 바뀌니까 그 작은 나뭇가지에 둘러싸인 등대는 너무나 사랑 받는 행복한 등대였습니다. 저 작은 나뭇가지 같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참으로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보냈던 2년의 세월이었습니.. 2023. 8. 30. 자장, 자장 으아~쌤 ㅜㅜ 잠이 안와서 미치겠어요.ㅜㅜㅜ키커야하는데ㅜㅜㅜㅜ 이녀석이...ㅎㅎㅎ 자장, 자장 우리 영민이 자장, 자장♥ ...아.. 안주무셨네요????!!!!...ㅎㅎ..ㅎㅎ 이 녀석아 니가 깨웠잖아.ㅎㅎ 어서 자라. 자장, 자장*^^* 네;;ㅎㅎ죄송합니다ㅜㅜㅜ쌤 사랑해요♥♥♥♥하트 뿅뿅♥♥ 나도,♥...빨리 안 자면 영구청소다.♥♥♥ ㄷㄷㄷㄷ;;;;;;;영민이 쿨~쿨(쌤 잘 주무셔용♥) 이게 뭐냐구요?새벽 3시 5분에우리반 왈가닥 영민이와 나눈 문자입니다.이름이 남자 같아서 왈가닥인가?ㅎㅎㅎ 그 후로 저는 한 잠 못 잤습니다.ㅎㅎㅎ 우리반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보시다시피 영구청소입니다. 그게 뭐냐하면우리반은 청소당번 따로 없습니다... 2023. 8. 30. 잔잔한 감동 오늘은 옛날로 말하면 일직이고 요즘으로 말하면 근무조였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혼자 근무하게 될 줄은 몰랐지요. 누구라도 나올 줄 알았지... 나는 왜 맨날 이럴까요? 누구라도 나오면 같이 점심 시켜 먹으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안 나왔어요. 뭐 터키 여행에서 3kg를 불려 왔기 때문에 그 지방 녹여 칼로리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위는 그렇게나 오래 음식을 저장하지 못한다는 거지요. 커피 두 잔으로 위를 달래고 이때 하려고 미뤄 놨던 생활기록부에 행동발달상황을 기록했어요. 거의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복도에 누군가 후다닥 뛰어오는 모습이 비쳤어요. 어~~작년 내 반이었던 효광이었어요. 효광이는 다문화가정의 아이었어요. 엄마가 일본인이고 아빠는 효광이가 두 살때 돌아가셨어.. 2023. 8. 29. 눈 위에 그려진 그림 어제 눈이 많이 왔었지요?아침 출근길에 살살 기면서 출근을 했지요. 하얗게 눈 덮힌 운동장에두 녀석이 눈장난을 하고 있었어요. 저를 보더니 쌤~그러면서 손을 흔들기에보니 우리반 두 녀석이었어요.여자 아이요.ㅎㅎ 며칠 전 눈이 왔을 때종례하면서그냥 가지 말고 눈싸움도 해 보고눈도 만져보고 가라고 했더니말 잘 듣는 착한 녀석들이이른 아침 운동장에서 눈장난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4층 우리 교실에서도 아이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쌤~~하고 불러댔어요.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며 교무실로 올라갔어요. 운동장을 내려다 보니눈 위에 그려진 그림이 보였어요.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었어요.그래도 우리반 녀석들의 작품이니 카메라에 담았지요. 1교시가 우리반 수업이라 들어갔더니 그림 봤.. 2023. 8. 29. Only Love 보충수업에 아이들이 많이 빠졌다. 기운이 쭉 빠진다. 할머니집 놀러갔다가 눈에 갇혔단다. 감기 들어서 도저히 못 보내겠단다. 종례에 들어갔다. 적어도 너희들이 부모가 되면 거짓말하는 부모는 되지마라. 이 눈에 갇혀 못 온다면 나는 더 못온다. 작년에 대구에 그렇게 눈이 많이 왔을 때 나는 2시간 반이나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내가 그렇게 온 이유는 단 하나다. 너희들이 거기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있는 곳이면 나는 어디든 간다. 스스로에게 내 아이는 할 수 없다고 단정 짓지 마라. 해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된다.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마라... ... 내가 살아온 방식은 참 너무나 범위가 좁고 어찌 생각하면 아주 근시안적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 사랑의 대상밖에 아무.. 2023. 8. 28. 다 컸구나 내 새끼 한 마리를 멀리 구미로 날려 보냈다. 말할 수 없이 어벙하고어설프기 짝이 없는녀석. 우리반 실장녀석. 나는 맨날 그랬다. 어째 꼭 담임 닮은 실장만 나오냐고. 작년에도 그렇더니만...ㅎㅎㅎ 교감 생떼에 기가 막혀 애한테는 작별인사도 못했다. 구미까지 가는 학부모에게 재학증명서 한 통 떼려고 다음에 다시 오란다. 나에겐 구미까지 실사를 가란다. 서울까지 전학 간 아이에겐 그 담임 서울까지 실사 갔었나?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오늘은 자괴감까지 들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런 교감의 생떼를 들어야만 하느냐고. 이럴 때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아스라히 잊혀진다. 싫지만 나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힘없는 기간제 교사일 뿐이다. 수업을 들어갔는데말 할 힘도 없다. 공교롭게도 우리 반 수업이었는데 알 .. 2023. 8. 28. 내 새끼들... 출근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다른 반 아이들이 과학쌤 좋겠어요, 축하해요. 이런다. 뭔 일인가 싶어 교실에 갔더니 검은 천으로 유리창을 가리고 뭔 작당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어.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영화로만 봤던 그 깜짝 파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교실에 온통 풍선과 칠판엔 나에게 보내는 쪽지들. 안개꽃 속에 빨간 장미 다발. 교탁 위엔 초코파이에 생크림을 얹어 촛불을 켜 놨어. 그리고 나를 교실 뒤에 세워 놓고이렇게 동영상을 보여줬어. 같이 비를 맞고 있어 줘서일까? 아님, 아프면 오히려 때려줘서일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 마음이 착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을 거야. 착한 내새끼들. 그래도 새벽엔 문자 보내지 마라고 신신당부하고 집에 보냈다. 나, 어디 가서 울고 싶어. 201.. 2023. 8. 27. 내가 사는 법 2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우리학교 1학년 짱이라는 녀석. 학생부장 쌤한테 교문에서 복장불량으로 걸리니욕하고 집으로 가버렸던 녀석. 수업하기 싫다고 무단외출해서 그 반 담임이 학교 주변을 온 데를 돌아 찾아 왔던 녀석. 나는 듣도 보도 못했던 젼자댬배라는 거 피어 걸려도학생부장 쌤한테 한 방 맞기 전까지는 그런 거 본 적도 없다고 시치미 딱 떼던 녀석. 그 녀석이 오늘도 변함없이 차가운 책상에 얼굴 박고 자고 있다. 생각이 여러 갈래다. 무시할까?깨워서 야단칠까? 너와 내가 스승과 제자라는 인연으로 만났다면그 인연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매몰차게 인연을 끊어가는 것은 내가 사는 법이 아닌 것을... 자는 녀석 벗어 놓은 점퍼를 고개 밑에 받쳐줬다. 찬.. 2023. 8. 27.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진 날 우리의 소원은 해를 보고 퇴근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졌어요. 도학력고사를 쳤기 때문에 시험치고 나머지 5교시까지만 수업하고 정시 퇴근했답니다. 아슬아슬하게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운전하다가 얼른 찍었지요. 인증샷으로요.ㅎㅎㅎ 물론 빨간불일 때 찍었습니다. 보이지요? 빨간불. 2011년 11월 2일 2023. 8. 26. 체육대회(추억 만들기)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장미꽃 사이로 본 개회식입니다. 무지 피곤합니다. 나중에 일기처럼 오늘 무슨 일이 있었었는지 기억하기 위해 한 줄 적고 자렵니다. 비오는 날의 체육대회... 누구나 실패한 대회 같지만 우리 반은 좋은 추억 만들기를 한 체육대회였습니다. 아이들이 우산이 없었기에 저도 교무실에 있는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프렌치 코트를 아이들과 뒤집어 쓰고 제가 두물머리 가서 찍은 사진이랑 일본 여행 가서 찍은 사진 보면서 추억 만들기를 했습니다. 코트가 비에 흠뻑 젖는 것도 몰랐습니다. 종례할 때 아이들이 이런 용어를 쓰더군요. 혼연일체... 그런 어려운 말을 알다니.ㅎㅎㅎ 선생님과 같이 비를 맞고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이랍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팔짱 끼고 두 다리 떡 벌리고 서서 아이들에.. 2023. 8. 26. 서늘한 가을 날에 출근하자마자 이종사촌언니 연락이 왔다. 한 분밖에 없는 이모가 돌아가셨단다. 알아보니 부모의 형제가 돌아가시면 3일 특휴란다. 장례식장이 경기도 성남이라 하루 휴가는 받아야 한다. 학교를 너무 비우면 다른 쌤들 고생시키는 거 알기에 오늘 하루만에 다녀오리라 생각하고 교감쌤한테 말씀드리러 내려갔다. 이모님이 돌아가셔서 문상 갔다와야겠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교감쌤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못 먹을 것 씹은 얼굴로 오늘 수업이 어떻게 되는데요? 헉~~그렇구나. 사람이 죽어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투철한 관리자의 냉철함만 있더라... 내가 너무 감상적인가? 이모라면 엄마 다음 아닌가? 김유신처럼 천관녀에게 향했던 애마의 목을 단칼에 벨 정도의 냉철함이 있어야 그 정도의 관리자의.. 2023. 8. 2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