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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71

청혼 받았습니다. 청혼 받았습니다.ㅎㅎ 4교시에 수업을 들어가니 어떤 녀석, 교탁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선생님, 저와 결혼해 주세요."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쌤도 눈이 있거든." ㅎㅎㅎ 이녀석이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졌데요. 미션이 선생님에게 청혼하는 거였다나요? 그래도 어쨌거나 오랜만에 받아보는 청혼이라 기분 좋았습니다. 그것도 아주아주 어린 연하남에게요.ㅎㅎㅎ 2010년 12월 17일 2023. 8. 10.
숨겨진 비밀 아, 정말 암말 안 해도 되긴 하겠지만양심상...ㅎㅎㅎ    아침자습시간에 우리반 녀석들이 줄지어 빼빼로를 들고 나올 때   저는요 이놈들아, 이거 사느라고 돈 많이 쓴 거 아니야? ㅎㅎ 좋쿠로.ㅎㅎ요로면서 다 받아 챙겼어요.    우리반 뇌수술을 여섯 번이나 한 은정이는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선생님, 다른 선생님보다 적으면 어떡해요?"정말 이녀석은 저를 제일 사랑합니다.ㅎㅎㅎ    자습 마치고 저도 약간은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 문을 열었죠.ㅎㅎ근데 대부분의 선생님들 책상은 한 두 개의 빼빼로밖에 없었어요.    4교시 4반 수업 들어갈 때까지는저는 내심 우리반 녀석들이 고.. 2023. 8. 9.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날 오늘은 좋은 날이 될 거라고  자꾸 최면을 걸었습니다.  행복이 오지 않으면 행복을 찾아가라 했지요?  그래서 나는 행복을 기다리지 않고  나 스스로 찾아나섰습니다.   지리하게 일주일을 끌었던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 마음 아픈 사건의 결말은 내 가슴에 안은 제자의 눈물이 나의 옷자락을 흠뻑 적신 것으로 끝났습니다.   선생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내가 이기려고 들면 제자의 잘못을 속속들이 파헤쳐 아이를 생매장을 시켜야 합니다.  선생으로서 할 짓이 아니지요.   아이의 허물을 내 온몸으로 막아야 내가 그 아이의 인생길에서 디딤돌이 되어 나 스스로 선생의 도리를 했다고 생.. 2023. 8. 9.
To Sir, With Love 우울했던 며칠이었습니다.나에게 존경할 수 있는 선생님이 마음에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또한 나 자신이 마음에 존경심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감사합니다.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이나에겐 높아 보이고 감히 그림자도 밟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럽고 어려웠습니다.  .. 2023. 8. 8.
개구쟁이라도 좋다... 아침에 출근해서 반에 들어가다가 발에 본드가 붙은 듯이 멈춰섰습니다.    우리반 말썽꾸리기 다섯 명이 다 같이 사물함을 온통 꺼내 젖히고 물건을 교실 바닥에 다 늘어놨습니다.    아뿔사~~제가 지난 금요일 종례를 하면서다음 월요일에 사물함 검사를 한다 했거든요.   근데 그만 놀토를 지나면서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예요.그런데 요녀석들은 잊지도 않았어요.  들여다 보니정말 이녀석들...   쓰레기가 반이고 남의 책과 문제집이 반이었어요.교과서나 문제집이 없다고 징징 거렸던 녀석들이그게 왜 거기 들어가 있냐고 낄낄거리며 자기 물건 찾아가는 거예요.    와~~ 정말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은 뒷짐을 지고 돌.. 2023. 8. 8.
비아그라 먹었습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김장훈 점심 먹고 나른한 시간이었어요. "쌤들, 책상 위에 비아그라 드세요." 우리의 씩씩한 부장쌤이 외쳤습니다. 비아그라? 우리가 먹어도 돼? 참고로 우리 학년은 부장을 비롯해 전부 여전사들입니다. ㅎㅎㅎ 말 잘 듣는 우리는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한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봉지를 봤습니다. 비타그라... 당신의 눈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그리고 그러한 눈을 가진 당신이 본 것을 항상 맞다고 믿지 말라. 2010년 8월 31일 2023. 8. 6.
제자 녀석 메일이 왔어요. 여름 방학 때우리 반 아이들에게 단체로 문자를 보냈죠. "사랑하는우리 새끼들, 잘 있지?"몇 명만 답장이 와서 내심 섭섭했어요. 그런데...제자 녀석 메일이 왔어요. [아!! 그리고 선생님이 16일 날 문자를 보내셨던데 선생님이 우리 새끼라는 말을 넣어서 그런지 스팸에 들어가있어서 얼마전에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헐~~~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너무 우스워요.ㅎㅎㅎ 2010년 8월 19일 2023. 8. 6.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말라 어제 대구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점심 먹고 5교시는 최악의 시간이지요. 수업을 들어갔는데 10분 쯤 에어컨을 틀어주더니 땡하고 꺼버리는 겁니다. 천정형 에어컨이라 교실에는 선풍기도 없는데 야박하기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달랬습니다. 마침 광물을 가르치고 있어서 연필심인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같은 원소인 탄소로 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시간이었지요. 아이들을 꼬셨습니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가 다 탄소로 되어 있어도 다이아몬드는 높은 열과 압력을 견뎠기 때문에 그렇게 아름답고 가치있는 보석이 된 것이라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이 더위와 졸음을 견뎌내야 다이아몬드와 같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아이들은 꼬시켰습니다. 몇 몇을 빼고는 정말 감동적으로 자신이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 2023. 8. 5.
오, 캡틴! 나의 캡틴 2년 동안 경산의 조그마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면서 아이들과 지냈던 이야기들을 뽑아서 정리해 봤습니다. 저는 그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우리의 미래의 희망을 보았고 그리고 참 행복했습니다. 요즘 같이 시끄러운 교육계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갑자기 오래 전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지냈던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다운 제자 녀석과의 만남으로 이렇게 잘 커주는 제자가 있다면 교단에 다시 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사나 학생이나 학부모나 그 모두는 나름의 이유가 다 있겠지요. 케이스바이케이스, 요즘은 줄여서 케바케라고 하던가? 그러니 편견을 갖지 말고 선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지... 그래서 그냥 그 옛날의 추억을 다시 올려봅니다. 하루에 한두 개씩 올려볼까 .. 2023. 8. 5.
선물 어제 기말고사가 끝났습니다. 제 과목은 제일 끝날, 끝시간이어서 긴장은 끝까지 풀 수가 없었지요. 출제를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것이 정말 마지막 출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습니다. 희망을요. 그리고 더불어 믿음까지. 뭔 이리 .. 2017. 12. 16.
대한민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살아 간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살아 간다는 것이 ... 눈물 나는 일이다. 이제는 어린이는 아닌 것이 그렇다고 성인도 아닌 것이 어정쩡한 정체성 속에서 어린이에서 성인으로의 터널을 힘들게 빠져나오는 시기의 아이들. 엄마의 자궁속에서 태아에서 아기로의 힘든 터널을 지나왔듯이 또 .. 2017. 12. 6.
얼굴이 핼쓱 4교시였습니다. 아이들 점검하고, 요즘 아이들은 종이 쳐도 다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리고 수업을 막 하려는 순간 정말 번개 같았습니다. 맨 뒤에 앉은 두 녀석이 우당탕거리며 의자가 넘어지더니 아주 일방적으로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을 뒷목을 조르는 겁니다. 얼마나 살기가 돌던지 머.. 2017. 11. 23.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습니다. 저의 좋은 갑장의 블로그 친구도 저의 기다림이 궁금하다 하시더군요. 저는 어땠겠습니까? 아침 출근 시간이 약간 떨렸습니다. 출근하며 교실을 슬쩍 지나치며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교실을 흘깃 쳐다보고 지나갔을 정도입니다. 빨리 아침자습 종이 치기를 기다리며 땡 치자마자 교.. 2017. 11. 21.
기다림 우리 반에는, 우리 반이라고 하기엔 제가 아직 좀 낯설지만, 늘 지각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1교시나 2교시 끝나야 오는... 해도 너무 했지요? 그것도 거의 매일을 그런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무실로 상담하러 오라고 했지요. 이녀석은 늘 귀마개로 얼굴을 거의 반쯤 가리고 항상 웅크리고.. 2017. 11. 20.
시끌벅적 Merry Christmas~~ 우리는 아직도 방학을 하지 않았어요. 항상 어떤 상황이든 양면성이 있지요. 추운 겨울에 어두운 새벽에 출근하고 캄캄한 밤에 퇴근하는 것은 좋을리 없지만 크리스마스이브를 그야말로 아이들과 파티를 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요. 아이들은 몰라요. 제가 이렇게 좋아하.. 2015.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