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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말라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5.

 

 

 

 

 

 

 

 

 

 

어제 대구는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거기다가 점심 먹고 5교시는 최악의 시간이지요.

 

 

 

수업을 들어갔는데 10분 쯤 에어컨을 틀어주더니

 

땡하고 꺼버리는 겁니다.

 

천정형 에어컨이라 교실에는 선풍기도 없는데

 

야박하기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달랬습니다.

 

마침 광물을 가르치고 있어서

 

연필심인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같은 원소인 탄소로 되어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시간이었지요.

 

 

 

아이들을 꼬셨습니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가 다 탄소로 되어 있어도

 

다이아몬드는 높은 열과 압력을 견뎠기 때문에

 

그렇게 아름답고 가치있는 보석이 된 것이라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이 더위와 졸음을 견뎌내야 다이아몬드와 같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아이들은 꼬시켰습니다.

 

몇 몇을 빼고는 정말 감동적으로 자신이 다이아몬드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실문을 나서며 저는 땀에 흠뻑 젖은 나와 아이들이

 

같이 그 열과 압력을 이겨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교무실 문을 열면서 10분밖에 틀어주지 않은 에어컨의 야박함을 투덜거릴 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어컨은 선생님이 인터폰으로 틀어 달라고 해야 해요.

 

......................

 

 

 

저는 선생님들에게 부탁했습니다.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말라.....

 

 

 

기껏 다이아몬드가 됐던 아이들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폭발할 것 같아서요.ㅎㅎㅎㅎㅎ

 

 

 

2010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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