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를 늘 오시는 분이라면
JHK를 아실 겁니다.
그래요.
지난번 경산에서 다니던 학교에 우리반 꼴통 JHK 말입니다.
여름방학하는 날
쌤 보고싶으면 문자 날려라 했더니
방학한 다음날 새벽 6시에 늦잠도 못자게 문자를 날렸던 그녀석 말입니다.
어제는
아니 요즘은 너무 바쁘고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든 나날들이었습니다.
몽골 다녀와서 막바로 출근해서
몸살을 앓아가면서
계모 노릇도 해 가면서
말도 못하게 별난 녀석들과 씨름을 하며 지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교회 일이 밀려 있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밤 9시21분에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쌤경산언제또와요?~~♥>
우리반 JHK였습니다.
아니, 이녀석이 띄어쓰기도 안 해서 다 읽다가 숨넘어가겠군.
거기다가 녀석에게 어울리지 않게 웬 하트?
그렇게 생각하면서 답장을 보냈습니다.
<겨울방학에 너희 보러 갈거야, 왜? 보고싶니?ㅎㅎ>
설마 보고싶다고 하기야 하겠나? ㅎㅎㅎ
그렇게 생각했지요.
아마도 답장은 으윽~~이라든지
웩~~이라고 올 줄 알았지요.
그런데
<넹~~~~겨울방학때 놀이동산가여 돈은각자내공~~~>
아니, 네, 라고?
이녀석이 지금 제 정신 맞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러자, ㅎㅎ>
이렇게 간단히 답장을 보냈지요.
<nice shot 쌤저여수학 쪽지시험 대박잘쳤어요 15문제중13문제맞힘요 ㅎㅎ잘했져??>
이 녀석이 영어도 쓰네.
그런데다가 거의 전교 꼴찌인 우리 꼴통이 수학을 그렇게 잘 쳤다고?
어이구, 웬일?
그렇게 생각하며
<오~~정말? 홍경아, 넌 머리 회전이 빨라서 맘만 먹으면 대박낸다. 아, 자식기특하네.>
그랬지요.
사실 이녀석이 안해서 그렇지 못하는 녀석은 아니거든요.
이녀석이 아무래도 이젠 철이 들었나봐요.
이렇게 답장이 왔어요.
<쌤제자라서
잘함니다요~~~~
글고 저9월28일날공연가요>
아, 이녀석은 난타 동아리에 들어있거든요.
저는 그건 기억하고 있지요.
<난타?>
<넹 이번엔메인 임돠>
<그래, 기특하다. 갈수록 잘하는 게 더 좋은 거야. 우리 JHK화이팅이다.♥>
<넵
쌤JHK♥빠샤빠샤>
여기서 쌤JHK는 저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녀석은 저와 이니셜이 같거든요.ㅎㅎ
<ㅎㅎ♥>
<쌤 안녕히 주무세요.
새벽에추우니깐
이불꼭 덮고주무세용>
<그래. 고맙다, 잘자라, JHK♥>
이 몇 통의 문자가
제가 지금껏 살아온 이유,
그리고
제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게 해 줬습니다.
말도 못하게 분답스럽고
제가 이녀석을 붙잡으려고 높은 실내화 신고
교실을 몇 바퀴를 돌았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는
쌤이 언제 오냐고 기다리네요.
그리고 이불 꼭 덮고 주무시라고 걱정을 해 주네요.
그래요,
이제
이불 꼭 덮고 따뜻이 자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따뜻한 마음 품으시고 편히 주무십시오.
2012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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