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를 했습니다.
장미꽃 사이로 본 개회식입니다.
무지 피곤합니다.
나중에 일기처럼
오늘 무슨 일이 있었었는지
기억하기 위해 한 줄 적고 자렵니다.
비오는 날의 체육대회...
누구나 실패한 대회 같지만
우리 반은 좋은 추억 만들기를 한 체육대회였습니다.
아이들이 우산이 없었기에
저도 교무실에 있는 우산을 들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프렌치 코트를 아이들과 뒤집어 쓰고
제가 두물머리 가서 찍은 사진이랑
일본 여행 가서 찍은 사진 보면서
추억 만들기를 했습니다.
코트가 비에 흠뻑 젖는 것도 몰랐습니다.
종례할 때 아이들이 이런 용어를 쓰더군요.
혼연일체...
그런 어려운 말을 알다니.ㅎㅎㅎ
선생님과 같이 비를 맞고 있으면서 느꼈던 감정이랍니다.
아이들이 있는 곳에
팔짱 끼고
두 다리 떡 벌리고 서서
아이들에게 항상 같이 하고 있음을
그리고 내가 여기 있으니 걱정말라는
그런 믿음을 주고 싶었습니다.
흠...줄다리기는 결승에서 졌고
줄넘기는 1등을 했습니다.
놋다리 밟기는 저도 그게 뭔지 몰라
작전을 잘못 세워 아주 아주 꼴찌로 졌습니다.
비오는 거리에 아이들을 버려 두지 않아서
피곤해도 오늘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 겁니다.
내 아이들도 아마 지금쯤 곤한 잠을 자며
잊지 못할 비오는 날의 체육대회를
먼 기억의 장소에 저장하고 있을 것입니다.
2011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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