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업에 아이들이 많이 빠졌다.
기운이 쭉 빠진다.
할머니집 놀러갔다가 눈에 갇혔단다.
감기 들어서 도저히 못 보내겠단다.
종례에 들어갔다.
적어도 너희들이 부모가 되면
거짓말하는 부모는 되지마라.
이 눈에 갇혀 못 온다면
나는 더 못온다.
작년에 대구에 그렇게 눈이 많이 왔을 때
나는 2시간 반이나 걸려 학교에 도착했다.
내가 그렇게 온 이유는 단 하나다.
너희들이 거기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있는 곳이면
나는 어디든 간다.
스스로에게 내 아이는 할 수 없다고 단정 짓지 마라.
해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된다.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마라...
...
내가 살아온 방식은
참 너무나 범위가 좁고
어찌 생각하면
아주 근시안적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 사랑의 대상밖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나는 그들을 사랑했기에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위에 누구 아들이 잘났는지
누구 딸이 예쁜지
나에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나는 모두를 사랑하지는 못한다.
내 그릇이 그렇게 작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모두를 사랑한다면
나를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상처이겠는가?
나는 아무에게나 친절하지도 않다.
아무에게나 다정하지도 않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에게 다정하다면
내 사랑에게 특별하게 줄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아마도 나를 까칠공주라 이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흔해빠진 친절과 넘치는 다정함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잡고 싶지는 않다.
무례하지 않을 정도의 예의와 정중함으로
상대방을 존중해줄 수는 있지만
필요 이상의 관심과 배려로
그 사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얀 눈이 쌓인 저물어가는 창밖을 내다보며
자식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부모와
넘치는 평준화 된 사랑에,
너무나 흔해 빠져서
무디어지고 희석돼 버린 사랑에,
가슴이 쓰리다.
2012년 1월 2일
'오,캡틴! 나의 캡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잔한 감동 (10) | 2023.08.29 |
---|---|
눈 위에 그려진 그림 (2) | 2023.08.29 |
다 컸구나 (4) | 2023.08.28 |
내 새끼들... (4) | 2023.08.27 |
내가 사는 법 (2) | 2023.08.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