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한 마리를 멀리 구미로 날려 보냈다.
말할 수 없이 어벙하고어설프기 짝이 없는녀석.
우리반 실장녀석.
나는 맨날 그랬다.
어째 꼭 담임 닮은 실장만 나오냐고.
작년에도 그렇더니만...ㅎㅎㅎ
교감 생떼에 기가 막혀
애한테는 작별인사도 못했다.
구미까지 가는 학부모에게
재학증명서 한 통 떼려고 다음에 다시 오란다.
나에겐
구미까지 실사를 가란다.
서울까지 전학 간 아이에겐
그 담임 서울까지 실사 갔었나?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오늘은 자괴감까지 들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런 교감의 생떼를 들어야만 하느냐고.
이럴 때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아스라히 잊혀진다.
싫지만 나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힘없는 기간제 교사일 뿐이다.
수업을 들어갔는데말 할 힘도 없다.
공교롭게도 우리 반 수업이었는데
알 리 없는데...
이 녀석들이 내 기분을 헤아리고
쥐죽은 듯 조용히 수업을 한다.
다 컸구나.
담임 기분도 헤아릴 줄 알고.
내 눈물 한 방울에 아이들 서른세 명 다 담고
차마 흘리지 못하고 꿀꺽 삼킨다.
이제 너희를 지켜주지도 못하겠구나.
부디 잘들 크거라.
퇴근길에
마음이 추워따뜻한 양말 하나 사고
목욕탕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왔다.
2011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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