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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

다 컸구나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28.

 

 

 

 

 

내 새끼 한 마리를 멀리 구미로 날려 보냈다.

 

말할 수 없이 어벙하고어설프기 짝이 없는녀석.

 

 

우리반 실장녀석.

 

 

 

나는 맨날 그랬다.

어째 꼭 담임 닮은 실장만 나오냐고.

작년에도 그렇더니만...ㅎㅎㅎ

 

 

 

 

 

 

 

 

교감 생떼에 기가 막혀

애한테는 작별인사도 못했다.

 

 

 

 

 

구미까지 가는 학부모에게

재학증명서 한 통 떼려고 다음에 다시 오란다.

 

 

 

 

나에겐

구미까지 실사를 가란다.

서울까지 전학 간 아이에겐

그 담임 서울까지 실사 갔었나?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오늘은 자괴감까지 들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저런 교감의 생떼를 들어야만 하느냐고.

 

 

 

 

 

이럴 때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아스라히 잊혀진다.

 

 

 

 

싫지만 나 자신이 초라해보이는

힘없는 기간제 교사일 뿐이다.

 

 

 

 

수업을 들어갔는데말 할 힘도 없다.

 

 

 

공교롭게도 우리 반 수업이었는데

알 리 없는데...

 

 

이 녀석들이 내 기분을 헤아리고

쥐죽은 듯 조용히 수업을 한다.

 

 

 

다 컸구나.

담임 기분도 헤아릴 줄 알고.

 

 

내 눈물 한 방울에 아이들 서른세 명 다 담고

차마 흘리지 못하고 꿀꺽 삼킨다.

 

 

 

 

 

이제 너희를 지켜주지도 못하겠구나.

부디 잘들 크거라.

 

 

 

퇴근길에

마음이 추워따뜻한 양말 하나 사고

목욕탕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왔다.

 

 

 

 

 

 

2011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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