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전에 울릉도 동쪽 반 바퀴를 돌고
오후에는 유람선 관광이란다.
시간이 남아 부둣가로 나갔더니
아니, 이거이 웬 횡재?
아침 해가 다이아몬드처럼 박혔다.
이 어설픈 아마추어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는 인심 후한 울릉도.
내가 왜 이제야 너를 만났냐?
산중턱에 버스에서 내려 봉래폭포까지는 걸어서 올라갔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이라
군데 군데 가지 수는 몇 안 되지만
야생화도 피었다.
내 딴엔 바빴다.
렌즈 갈아 끼우면서 꽃 찍으랴 풍경 찍으랴.ㅎㅎㅎ
숨이 턱에 닿을 쯤 봉래폭포에 도착했다.
폭포의 발원지는 성인봉이라는데
내 눈엔 성인봉은 안 보이고 쪽빛 하늘만 보인다.
봉래폭포에서 내려오는데
무지 덥다.
그런데...
정말 울릉도는 그 배려가 기가막히다.
내려오는 중간에 에어컨 바람같은 찬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있어
거기서 땀을 식히고 내려왔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ㅎㅎㅎ
울릉도 도 나무라고 하는데 후박나무다.
찐득찐득한 진액이 나와서 이걸로 엿을 만들어 후박엿이라 했는데
요즘은 호박으로 만들며 울릉도 호박엿으로 바뀌었단다.
열매는 약으로도 쓰인다는데
인심이 후한 나무임에 틀림없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로 오르는 길목에 간간이 보이는 경치를 찍었다.
아직은 고도가 높지 않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얼마나 가파른지 숨이 목구멍을 막아 질식할 것 같았다.
꼭대기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1분만 가면 된다고 힘 내란다.
울릉도 1분은 정말 길었다.ㅎㅎㅎ
울릉도는 시간조차도 인심이 후하다.
드디어
전망대 꼭대기에 올랐다.
한 발을 내디디기도 힘들었던 것을
나는 까마득히 잊고
이 멋진 경치를 어떻게 하면 놓치지 않고 담을 수 있을까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사람들 사이를 누볐다.
저기 까마득하게
다리 사이로 삼각형 모양의 바위가 보일라나?
거기가 조금 있다가 내려서 지나다닐
촛대 바위다.
망원 렌즈가 있었다면
당겨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두 대의 배가 갈라져 가는 저 섬이 죽도이다.
며칠 전에 죽도를 운행하는 배가 안개속에 헤매다 항구에 들이 박았단다.
그래서
죽도 관광은 못한단다.
저 죽도에는 원래 아버지와 아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얼마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들만 혼자 죽도를 지키고 있단다.
아들이 40이 넘은 노총각이라니까
어떤 아줌마, 자기 아들처럼 걱정을 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짜노? 장가 보내야 하는데...
신문에 내면 안 될라? ㅎㅎㅎ
오전 관광은 내수전 일출 전망대 보는 것까지로 끝이고
우리는 저동항에 내려 자유시간을 가졌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서 조그맣게 삼각형으로만 보였던 촛대바위다.
여기서 일출을 찍으면 좋다던데
먼 훗날의 내일의 태양을 기대해 볼밖에.
우리는 저동항을 거닐며
점심에 뭐 먹을까를 궁리했다.
아무래도 회는 먹어야겠고...
따개비 칼국수도 울릉도 별미라는데.
약소도 맛있다는데...
울릉도는 갈매기도 무공해 갈매기 같다.
얼마나 깨끗하고 흰지 빛이 난다.
저동항은 작고 아름답다.
오징어 배가 즐비하게 정박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징어회도 먹고 싶다 했는데
지금은 오징어철이 아니란다.
그래서
점심은 회를 먹고
저녁은 약소를 먹기로 했다.
아직 나폴리는 가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를 가졌을까?
배가 정박해 있는 그곳에도
투명하게 바다 밑바닥까지 보이고
미역이랑 해조류가 파도에 일렁이고 있었다.
어떤 곳은 그 미역이랑 모자반을 건져서 말리고 있었다.
돌틈사이로 조그맣게 난 문을 통과하니
도동 등대가 보였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찍기는 찍었는데 초상권 땜시 올리지는 못하겠네...
난 데없이 이것은 뭐냐고?
이 어설픈 아마추어가
저 오징어 배의 전구가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담아보려고,
그러니까
빛갈라짐 현상이 나타나도록 찍어보려고
얼마나 들이댔는데도
이 모양...
저 오징어배가 오징어를 잡으러 나가
온 바다가 밝은 불빛으로 빛나는 계절에
다시 한 번 여기를 오고 싶다.
그때는 촛대바위의 일출도 찍어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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