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에 도착해서
첫날부터 강행군이었습니다.
세 시간 남짓 자고 두 시간이면 간다던
에즈닉 모타르에 지독한 traffic jam으로 인해 다섯 시간이나 걸려 도착했습니다.
게르 세 개를 지어 놓고
허름한 나무 담장 둘러 치고
장로님과 권사님이 침으로 의료봉사를 하면서
선교를 하는 교회였습니다.
저는 사진 담당이라
아이들이 여름성경학교에 모이고
또 우리가 준비하는 동안 담장 안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부목사님이, 우리 부목사님은 여자분이시거든요, 이분은 엄청 무섭습니다.
절대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대문밖 훤하게 펼쳐진 초원을
한 발은 밖으로 내밀고 안타깝게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청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축구를 하러 나가는 겁니다.
아, 저는 사진을 찍어야지요.
사명감에 불타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따라 담장밖으로 나왔습니다.ㅎㅎㅎ
그리고는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배경으로
초원에 핀 꽃들을 찍었습니다.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져서 돌아보니
조그마한 몽골 소녀가 저를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줄 알고
한 장을 찍어 보여줬습니다.
아이는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급하게 다른 꽃을 찍었습니다.
왜냐하면
여름성경학교가 시작하기 전에 얼른 들어가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 카메라 렌즈 앞에 조그마한 손이 꽃을 가리는 풀을 치워 주는 겁니다.
제 카메라는 꽃에 초점을 잡지 못했습니다.
이 생면부지의 이방인에게
이 어린아이가 베푸는 배려를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내내
아이는 저를 따라 다녔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통했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에즈닉 모타르의 그 조그마한 소녀는
제가 선교를 하는 이유였고
저의 모든 마음은 그 아이를 위함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을 통해 몽골을 보았고
내 마음에 몽골을 담았습니다.
아마도
그 아이는
제가 그 교회에 두고 온 오카리나 소리를 들으며 찬양을 하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앙을 키워 나가겠지요.
오카리나 이야기는 몽골을 떠나는 날 이야기에 올리겠습니다.
이 아이 이야기를 빨리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자야겠습니다.
온몸이 불덩어리입니다.
이제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성질 하고는...
2012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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