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행 팀의 대부분이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분들이고
저만 대구에 저만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주 가끔은 기행의 공백이 생깁니다.
이번 기행에서도 그런 공백이 생겨서
시간 부자가 됐습니다.
무엇으로 이 시간을 쓸까 생각해보니
다음 기행지가 인천 부근이라
몇 해 전에 인천 송도의 화려한 야경을 사진으로 본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럴 땐 제 기억력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아 흐믓...ㅎㅎㅎ
저는 인천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인천 송도 신도시 야경 포인트 아세요?
그랬더니 그 젊은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느 곳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저는 왜 그 커다란 둥근 그릇 같은 거 있는 곳이요.
그랬더니
아, 트라이볼요?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저~쪽으로 가세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아무래도 좀 마음이 안 놓였는지
유턴해서 뒤로 돌아서 쭉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으라고 자세히 가르쳐 주더군요.
하라는 대로 했지만
차 세울 곳이 없어 몇 바퀴를 주위를 뱅뱅 돌다가
아무튼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네이버 지도를 켜고
도보로 쭉 따라 내려갔습니다.
처음엔 저것이 왜 트라이볼이야?
하나밖에 안 보이는디?
그러나...
트라이볼이라니까 분명 세 개일 거라 생각하고 주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Tri-Bawl
맞았습니다.
세 개의 그릇을 붙여놓은 형상으로 지은 건물이었습니다.
넉넉한 시간 부자였기에
여유있게 주변을 돌았습니다.
우와~~~
그랬더니 이런 야경도 각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바람이 많이 불어 도무지 반영을 얻을 수가 없었는데
한 바퀴 돌고 있다보니 갑자기 잠시 이렇게 거울처럼 깨끗한 반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저는 항상 이럴 때는 저 위에 계신 분의 배려와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ㅎㅎㅎ
저 세 개의 그릇을 반영까지 담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조금 아쉬운 것은 이때는 너무 늦은 시각이라 트라이볼의 조명을 꺼버려서
보석은 빼고 찍혔습니다.
배 고프고 춥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도무지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어서 누구처럼 어두운 공터를 찾아야만 할 형편이고...
그래서 차까지 걸어가려고 나왔는데
납작 허리를 구부리니 이 포인트가 보이는 겁니다.
배 고프고 춥고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삼각대 다시 펴서
마지막 이 장면을 얻었습니다.
잠시 후 바람이 불면서 이제 그만 가라고...
인천의 밤늦은 거리를 걸으며
수십 년만에 밤거리를 걸어보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화려한 야경을 얻은 부자가 됐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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