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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시간 부자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9. 4. 14.








우리 기행 팀의 대부분이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분들이고

저만 대구에 저만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주 가끔은 기행의 공백이 생깁니다.








이번 기행에서도 그런 공백이 생겨서

시간 부자가 됐습니다.

무엇으로 이 시간을 쓸까 생각해보니












다음 기행지가 인천 부근이라

몇 해 전에 인천 송도의 화려한 야경을 사진으로 본 것이 기억났습니다.

이럴 땐 제 기억력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아 흐믓...ㅎㅎㅎ







저는 인천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인천 송도 신도시 야경 포인트 아세요?

그랬더니 그 젊은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어느 곳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저는 왜 그 커다란 둥근 그릇 같은 거 있는 곳이요.

그랬더니

아, 트라이볼요?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저~쪽으로 가세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려고 하니까

아무래도 좀 마음이 안 놓였는지

유턴해서 뒤로 돌아서 쭉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꺾으라고 자세히 가르쳐 주더군요.
















하라는 대로 했지만

차 세울 곳이 없어 몇 바퀴를 주위를 뱅뱅 돌다가

아무튼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네이버 지도를 켜고

도보로 쭉 따라 내려갔습니다.









처음엔 저것이 왜 트라이볼이야?

하나밖에 안 보이는디?

그러나...

트라이볼이라니까 분명 세 개일 거라 생각하고 주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Tri-Bawl

맞았습니다.

세 개의 그릇을 붙여놓은 형상으로 지은 건물이었습니다.


넉넉한 시간 부자였기에

여유있게 주변을 돌았습니다.












우와~~~

그랬더니 이런 야경도 각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바람이 많이 불어 도무지 반영을 얻을 수가 없었는데

한 바퀴 돌고 있다보니 갑자기 잠시 이렇게 거울처럼 깨끗한 반영이 나타나는 겁니다.

저는 항상 이럴 때는 저 위에 계신 분의 배려와 사랑에 감사를 드립니다. ㅎㅎㅎ








저 세 개의 그릇을 반영까지 담을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근데 조금 아쉬운 것은 이때는 너무 늦은 시각이라 트라이볼의 조명을 꺼버려서

보석은 빼고 찍혔습니다.

















배 고프고 춥고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도무지 화장실을 찾을 수가 없어서 누구처럼 어두운 공터를 찾아야만 할 형편이고...


그래서 차까지 걸어가려고 나왔는데

납작 허리를 구부리니 이 포인트가 보이는 겁니다.

배 고프고 춥고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삼각대 다시 펴서

마지막 이 장면을 얻었습니다.




잠시 후 바람이 불면서 이제 그만 가라고...





인천의 밤늦은 거리를 걸으며

수십 년만에 밤거리를 걸어보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화려한 야경을 얻은 부자가 됐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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