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에버그린 오카리나 앙상블은
매주 목요일 연습을 하면서 저녁을 해 먹어요.
그러니 당연히 설거지를 해야지요?
매 달 당번을 정해서 하는데
이 엄동설한 동지달에 제 당번이 걸린 거예요.
우리 연습실은 온수가 없어요.
다들 고무장갑 끼어도 끄떡 없더구만
저는 고무장갑 끼면 손에 뭐가 나요.
아~~정말 까탈스럽기는...
그래서
제가 또 한 머리 굴렸어요.
저번주는 우리 단장님이 한턱을 쏘시게 했어요.ㅎㅎ
이번주엔 설거지를 했는데 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어요.
어~~ 근데 1월은 왜 목요일이 다섯 개냐고요...
안 되겠다.
제가 믿을 곳은 한 곳 뿐이지요.
아들...
'아들, 엄마 손시려ㅠㅠ'
'오카리나 연습실 설거지 당번이야.
아들아, 다음주엔 엄마가 아들 승진턱 내면 안 될까? 설거지 안 하게.'
저, 나쁜 엄마지요?ㅎㅎㅎ
요즘은 나쁜 남자가 인기라면서요?
그럼 뭐 저도 유행의 첨단을 걸어보는 거지요.ㅎㅎㅎ
제가 낄낄 웃으니
우리 단원들이 뭔일인가 싶어 물어보더만요.
가만, 답장 받고...ㅎㅎㅎ
아들 답장이 왔어요.
'ㅋㅋ 넹 한 턱 쏘세요.'
'ㅎㅎㅎ맛있는 거 드세요.'
'내 아들 최고다, 아들 사랑해'
저, 나쁜 엄마 아니지요?
이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요?ㅎㅎㅎ
아무튼 사랑하는 아들 덕분에
다음주엔 얼음물에 설거지 안 해도 되게 됐어요.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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