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을 하얗게 샜습니다.
20대가 아니어서 청춘의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들이 뽑아주는 쌉쌀한 커피 한 잔을 거절하지 못한 탓입니다.
내일은 제 생일입니다.
요즘은 역상경이 유행이잖아요?
아들이 주말에 아들 집에 와서 밥 먹고 손녀도 보고 놀고 가라는데
제가 지금 움직일 형편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내내 고집을 피우며 집에 있겠다고 했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은 남편과 아들 집에 갔습니다.
자고 내일 가라는데 그것은 제가 이겼습니다.
바득바득 끝까지 고집을 부려 밥만 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ㅎ
그냥 보내기 서운했는지 아들이 원두를 뽑아주더군요.
하얀 밤이 눈에 어른거렸지만 아들이 주는 커피를 뭐 그리 자주 먹을 수 있나요?
그래서 쌉쌀한 커피맛을 음미하며 홀짝 홀짝 마셨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바둥거려봤지만
눈을 감으면 까만 밤이지만
눈을 뜨면 하얀 밤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꼴딱 샜습니다.
대청부채 사진도 날리고 까만 밤도 날리고
에궁...
아픈 거나 확 다 날아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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