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내려올 때까지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던
철저히 혼자였던 시간이었습니다. ㅎㅎㅎ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가파른 언덕이라
돌이 하나 굴러 내려가면
돌돌돌에서 끝나지 않고 돌돌돌돌돌돌....
한참을 구르며 내려갑니다.
광각으로 찍어보겠다고 그 가파른 곳에서
한껏 몸을 낮췄는데 제 운동화 신은 발까지 찍혔습니다. 헐~~~
이웃 블로그에서 찍은 사진에는 아주 큰 무더기가 보여서
온 산을 그것을 찾느라고 뒤졌지만 엉뚱하게 지치나 백미꽃을 찾았습니다.
올라가면서 딸랑 작은 생수 한 병,
그리고 며칠 전 남은 떡, 쉬면 안 먹고 안 쉬었으면 먹고
그러면서 올라갔는데
떡은 쉬었고 물은 한 병으로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큰 무더기 찾으려고 위, 아래로 마구다녔지만 허사였습니다.
집에 와서 가만히 보니 꽃이 벌써 씨가 맺혀서 그 무더기를 찾았다 해도
꽃이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못 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다니기만 했지 정작 사진은 몇 장 안 찍었다는...
집에 와서 보니 전부 버려야할 사진들...
얼굴에 모래가 자글자글하기에 암만 털어도 또 빠지락 거리더군요.
알고 보니 소금이었습니다.
얼마나 땀을 흘렸던지...
내려오는데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는데
사막을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내비가 동해안쪽으로 안내하는 바람에
휴게소도 없고...
그래도 삼수개미자리를 찾아 이 자리를 끝까지 잘 안내해 주신 분께
통화를 하면서
저는 제가 대견하다고 했답니다. ㅎㅎㅎ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이렇게 보고 싶어하는 꽃을
친절히 안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참으로 세상은 아직 살아갈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혼자 먼 길을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하며 걱정해 준 주위의 분들도 참 고마웠습니다.
사실 혼자 간 것이 아닌 셈이지요.
사진을 쳐다보며
도저히 안 되겠다, 내년에 가서 정말 잘 찍어와야겠다.
다시는 안 가려 했는데 이렇게 이상하게 찍어와서 미안해서 다시 가야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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