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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평생 지켜야 할 약속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2. 10. 27.

 

 

 

 

 

 

 

 

 

교육부에서는

주 5일제를 해 주는 것이 좀 배가 아픈지

토요일에

토요행복시간이라는 이상한 명칭을 붙여서

아이들을 학교 나오라 해서 두 시간 반을 있다가 가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반 아이들은 한 사람도 불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저는 아이들에게 그랬어요.

우리 반 정말 너무 착하다.

한 사람도 불평하지 않고 다 나와 줘서 너무 고맙다.

투덜거린 사람은 쌤 뿐이야.ㅎㅎㅎ

 

 

 

 

 

 

 

 

 

 

 

 

 

 

 

 

아이들은 비가 오니 밖에서 축구하려던 녀석들도

다 교실에 앉아 영화를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컴이 자주 꺼지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은 인터미션이 잦아졌습니다.

 

 

 

 

 

 

 

 

 

어, 그런데

어디선가 화장실에 다녀온 아이들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누군지 오감을 다 동원해서 어둠속을 감지하고 있는데

어느 녀석이 살짝 와서

쌤, 승환이랑 용욱이 담배폈어요.

 

 

 

 

그러는데

또 컴이 꺼지고 아이들은 반갑지 않은 인터미션을 가지게 됐습니다.

두 녀석이 밖으로 나가기에 따라나갔지요.

반대편 복도쪽으로 냅다 달리기에

저도 달렸지요.

그리고 세웠어요.

 

 

 

 

 

 

 

 

 

 

 

 

 

 

 

 

거짓말이라는 거

그거, 자기 자신만 속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 속는 것이 거짓말이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저에게 거짓말하는 순간도 허락하기 싫었어요.

아이들이 죄를 더하는 결과니까요.

 

 

 

 

그래서

거짓말이 나오기 전에

손을 내밀었어요.

쌤, 다 알고 왔어. 이리 내 놔.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아이들에게 오히려 부탁하는 눈빛으로 말했지요.

 

 

 

 

아이들은 망설이고 있었어요.

너희들이 여기서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쌤은 너희들을 학생부로 보내서 진실을 알아내야 돼.

 

나는 진실을 안다.

그리고 너희들과 나만의 선에서 해결하고 싶다.

내 새끼들이 학생부에 끌려가서 험한 소리 듣는 거 싫다.

 

 

 

 

 

 

 

 

 

 

 

 

 

 

 

 

 

 

 

 

쌤이 저희 편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아이들은 실토를 했어요.

담배는 사물함에 숨겨놨고.

피운지는 3개월 됐고

같이 놀면서 호기심 삼아 피웠다고.

중독이 된 것 같냐고 물으니까

그건 아닌 것 같데요.

 

 

 

 

 

 

 

 

 

 

 

 

 

 

 

 

 

 

 

요즘 과학 시간에 호흡에 대해서 배우는데

담배에 관한 파트가 있어요.

저는 우리 반은  A반을 가르치기 때문에

이녀석들은 B반이라 수업은 안 하죠.

그래서 다시 가르쳐 줬어요.

 

 

 

 

 

 

 

 

 

 

 

 

 

 

 

 

 

 

 

 

너희들의 폐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어.

어린 새순이 연하고 부드럽듯이 너희 폐도 지금 그렇다.

그 여린 것을 타르가 덮어 버리고 숨도 못 쉬게 하면

그 여린 세포들은 금방 죽어.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죽어가니까 자신은 깨닫지도 못해.

나중에 예쁜 마누라랑 자식이랑 더 살고 싶은데

폐가 더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리면

너희는 숨을 제대로 못 쉬어 너무나 괴로워하다 죽게 된다.

너희들이 그렇게 괴롭게 생을 마감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은 진심으로 담배를 안 피우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적어도 제 눈에는요.

 

 

 

 

 

 

나는 지금 굉장히 위험한 결정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11월 6일까지만 너희와 생활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너희를 지켜 볼 수 없다.

어쩌면 학생부에 넘겨서 지속적인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맞는 일인 지도 몰라.

하지만

너희를 믿고 싶다.

그래도 되겠니?

 

 

 

 

 

 

 

 

 

 

 

 

 

 

 

 

아이들과 약속을 했어요.

 

 

 

 

 

이 시간부로 담배는 끊는 거다.

 

 

 

 

이것은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이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제발 이 약속만은 꼭 지켜다오.

저는 두 아이를 번갈아 가슴에 꼭 안아줬습니다.

그리고

제발 건강하게 살아다오.

그랬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끝까지 잡아 떼지 않고

마음을 열어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용서하지 못할 잘못은 없습니다.

그러니 거짓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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