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아주 기발한 생각이 번득 들었습니다.
목요일은 오카리나 연습가는 날인데
그 근처에 전국에서 제일 큰 코스모스 꽃밭이 있데요.
그래서
아, 좀 일찍 출발해서 코스모스를 찍고 연습 가야겠다.
일부러라도 가는데
나는 연습 가는 길인데...ㅎㅎㅎㅎㅎ
그래서
출근할 때 아예 등산화 신고
카메라 가방에 넣었습니다.
아침엔 잔뜩 흐려서 비가 올 것 같았어요.
난 우중출사라도 할 거야.
비옷도 챙겨 넣었어요.
야무지게 단단히 준비했지요.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이
오늘 좀 일찍 빠져나오려 했는데
연수가 있었습니다.
해 지기 전에는 가야 하는데...
길치가 한 번에 잘 찾아 갈까?
어허, 그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저요, 한 번만에 잘 찾아갔습니다.
너무 신났어요.
주차장까지 들어가려니
도착한 시간이 5시 15분쯤 됐는데
5시 30분에 문 닫는데요.
우범지대라서 그렇다나 뭐라나?
강변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마구 뛰었지요.
강물에 비친 석양이 멋있어 한 컷을 찍으려는 순간...
아, 바보....
렌즈를 마크로를 그대로 끼워 왔어요.
아, 정말....
해는 거의 다 졌지요,
강변 바람에 손가락은 얼 것 같았지요,
찬 바람은 옷깃을 파고 들어오지요.
하지만
작은 촛불 하나가
마음을 따스하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마치고
사랑하는 자여,
이 복음성가를 들으며
그래도 날 사랑하시는 저 위에 계시는 그분께
감사하며 돌아왔습니다.
기특하게도 길 안 잃어버리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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