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풍구를 달리며 (6/19)

태풍 솔릭이 북상하고 있는데

섬에 갇힐 생각하고 배를 탔습니다.

예상한 대로 다음 날 배는 뜨지 않았고

예상 밖으로 그 다음 날도 배는 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그래서 1박 2일이 3박4일로...

대청부채 원없이 찍고 왔습니다.

백두산 이야기는 이제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

CF카드 속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 빛을 볼 텐데요...ㅎㅎㅎ

드디어 백두산 흑풍구를 내려오면서

서파에서 어둠 속에 겨우겨우 담았던 콩버들을 원없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담자리참꽃나무입니다.

우리나라 진달래와 똑 같이 생겼는데 아주 작고 땅바닥에 붙어 피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고지대의 비바람을 견디려면

작고 털로 무장을 하고 있어야 겠지요.  

이 아이는 돌꽃인 것 같습니다.

서파에서 보셨죠?

담자리꽃나무.

개감채와 담자리참꽃나무, 그리고 가끔씩 두메자운이

안개 속에 보였습니다.

이 아이는 아직 피지 않은 꽃의 묵은지인데

어떤 꽃인지 잎이 확실하지 않아 짐작을 할 수가 없네요.

아마도 땅바닥에 붙어 있던 이 아이들은

지금쯤 꽃이 다 피었다 지고 열매를 맺었을 겁니다.

콩버들 같아 보이는데

아마 맞을 겁니다. ㅎㅎ

두메냉이일까요?

아주 짙은 안개로 시야가 좁아졌습니다.

개감채와 두메황새풀이군요.

작은 진달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산지대라 모든 꽃들이 거의 땅에 붙어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발밑에 온통 꽃이라 발을 디디기가 무척이나 미안했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벌써 저만치 내려가고 있군요.

드물게 두메자운이 있다고 했지요?

멀리 노랑만병초가 모래알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뒤를 돌아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있었습니다.

동쪽엔 벌써 해가 떠올라 햇살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비룡폭포가..

중국에서는 장백폭포라고 하지요.

지금부터는 비룡폭포 주변을 파노라마로 찍은 것입니다.

약간 색깔이 다른 담자리참꽃나무가 있었습니다.

비룡폭포(장백폭포)를 100mm로 당겨봤습니다.

저 멀리 우리를 태우고 갈 차가 보이고

흑풍구도 다 내려왔다는 아쉬움도 잠시

못 보던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빨리, 빨리를 외치더군요.

저는 감시원들이 출근할 시간이 됐으니 빨리 내려가라고 그러는구나, 생각했지요.

마음은 급하고

이제 두메양귀비가 나오는데

멋진 배경으로 찍고 싶은데

자꾸 빨리, 빨리, 그러고...

예쁘게 핀 두메양귀비를 찾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심한 바람 때문에 꽃잎이 다 상해있었으니까요.

이 아이는 좀 각을 잘 잡았으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빨리, 빨리 때문에...

급하게 쫓기듯 흑풍구를 달렸습니다.

달리 흑풍구겠냐고요, 이렇게 흑풍을 일으키며 달려내려와야 하니...ㅎㅎㅎ

비룡폭포를 찍는 우리들의 그림자가 재미 있었습니다.

나도개미자리리고 했습니다.

섭섭하게 보내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피어 반겨준 꽃입니다.

이렇게 검은 바람을 휘날리며 내려와 차에 앉으니

그 빨리, 빨리, 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바로 감시원이었다고...

저는 적과 아군도 구분 못했습니다.

우리는 감시원에게 딱 걸린 거였지요.

그후 수습은 가이드님이 했으니 저는 속 사정은 모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