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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벡두산 기행(2018)

흑풍구에서 만난 천지(6/19)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8. 8. 17.







우리는 하산을 흑풍구까지 걸어내려가서

차를 타는 일정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담자리참꽃나무라 했습니다.

아주 땅에 딱 붙어서 온 백두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짙은 안개로

작은 물 입자에 자꾸 초점이 방해가 돼서

꽃에 초점 맞추는 일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저는 백두산은 초행이기에

어디가 어딘지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는데

안개까지 이렇게 짙으니 더더욱 위치를 알기 힘들었지요.












사실 흑풍구라는 지명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이 주는 느낌이 아주 멋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이 비탈길을 내려가면서

있는 꽃을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아직 찾지 못한 고산봄맞이를 찾으려고 땅바닥에 눈을 붙이고 달렸습니다.













비슷한 것이 있어서

얼른 찍어 보니 두메냉이인지

아무튼 고산봄맞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바닥에 벌겋게 깔려 있는

담자리참꽃나무를 찍었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여기가 어딘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아래로만, 아래로만

카메라를 들이대며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마음이 급했지요.


저 멀리 저의 리더와 저의 룸메가 저와는 반대 방향으로 무엇인가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앞으로, 앞으로...











그런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났습니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거든

항상 뒤를 돌아보라...



저는 휙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니, 천지가 왜 여기 있어?

여기서 4번째 위에 있는 사진을 보시면

천지의 일부가 찍혀있을 겁니다.


제가 그래도 눈치를 못 챘다니까요. ㅎㅎ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수시로 안개에 가려 자취를 감추는 이 천지를 저는 못 보고 내려갔을 겁니다.














이렇게 안개에 점점 가려지다가













천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저분은 제가 대일밴드로 응급처치 해드린 분입니다. ㅎㅎㅎ













이 사진을 보며 천지를 찾으시라면 찾으시겠습니까? 헐~~~












이렇게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릅니다.

이 상황에서 파노라마는 꿈도 못 꾸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었죠.














저는 그래도 생각보다 화각이 넓게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와서 메타 정보를 보니 여기서는 24mm로 찍혔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고마운 손길이 이제야 느껴졌습니다.

아구~~바보...











사진을 보시면

저의 동선의 이동이 밑으로, 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이제부터 몇 컷의 사진은

천지가 안개구름에 가려지는 상황들입니다.





















































































이렇게 완전히 가려지는 모습을 한 번 더 찍으며

좁은 화각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속이 탔습니다.

흑풍구를 내내 내려오면서

저 천지에 카메라를 확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카메라와 렌즈가 멀쩡한 것만도 감사할 것이지

마음에 그 불평으로 저 좋은 경치를 보면서 기쁘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한 벌이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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