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했다.
수목원을 걸었다.
제주도가 주산지라는 세복수초를 만났다.
장수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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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과열매는 잘 아는데
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다.
이 순백의 꽃잎에 연분홍 꽃술을 가진 이 꽃은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아 이름을 모른 채 나와야했다.
망원렌즈로 나무에 몸을 고정하고 찍어야 했던 깽깽이풀도
이제는 언덕을 가득 덮었다.
일하시는 아저씨한테 제일 바깥에 있는 거 한 장만 찍겠다고 말씀드리고
마크로로 두 장 찍었다.
별꽃도 비 갠 후 따가운 햇살에 세 개로 갈라진 암술을 또렷이 보여줬다.
화단 가운데 분홍노루귀, 청노루귀는 접근을 못했다.
그냥 어렴풋한 꽃망울로 만족해야한다.
나는 결국은 범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늘 사진으로만 봐오던 처녀치마를,
그것도 딱 한 포기를 봤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돌을 밟으며 몰래 들어가 3장 찍었다.
나는 조팝나무꽃이 이렇게 귀여운 줄 몰랐다.
길마가지나무라고.
어제는 빛이 모자랐는데 오늘은 빛을 잔뜩 품고 있어 투명하게 아름다웠다.
영춘화.
이름을 안 잊으려고 우리시대의 코메디언 서영춘씨를 연상하며 이름을 외웠다.
어떤 나이드신 분이 이 청노루귀 이름을 세 번을 물었다.
가시다 다시 돌아서서 이름이 뭐라고 했냐고?
나도 그렇다.
몇 번이고 잊었다 듣고 또 외우고...
미선나무도 어제보다는 빛을 많이 품었다.
어제는 봉오리도 못 봤던 것 같은데
이렇게 목련이 활짝 피었다.
하루하루가 다른 요즘이다.
우리나라 산 어디서든 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양지꽃이지만
난 올해는 처음 만났다.
반가웠다.
마음 울적한 날
수목원을 걸으며 칵테일 한 잔도 못하는 나는
꽃들의 향기에 취해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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