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또 스승의 날 행사를 하라더군요.
그래서 일요일이 스승의 날인 관계로 지난 12일에 스승의 날 행사를 했습니다.
첫째시간은 선생님에게 편지쓰기.
저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마음에도 없는 편지 받고 싶지 않거든.
너희들도 그럴 거야.
마음에서 우러나서 쓸 사람은 쓰고할 말 없는 사람은 백지를 내도 돼."
한 명 빼고 다 써서 냈습니다.
그 한 명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아이들의 편지를 읽는데
접어서 낸 편지 겉에 J.H.K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닙니까?
아니, 제 이니셜이 J.H.K거든요.
가만히 보니
우리 반에 제일 까불이 정홍경이라는 녀석의 이니셜이 저와 똑 같았습니다.ㅎㅎㅎ
저는 종례시간에 들어가서
칠판에 J.H.K를 썼습니다.
그리고 "정홍경 일어서." 그랬지요.
녀석이 아주 쫄아서 일어섰습니다.
그녀석은 벌청소는 도맡아 놓고 하는 녀석이고
사건사고에 줄줄이 꿰이는 녀석이니 쫄 수밖에요.
저는 "이녀석이 건방지게 쌤하고 이니셜이 똑 같아."그랬지요.
아이들이 속으로 제 이름을 중얼거리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일제히 함성이 터졌어요.
"와~~~맞네."
그래서 제가 그랬죠.
"정홍경, 앞으로 선생님 이니셜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한다."
그녀석은 순간 얼굴이 환해 지면서
완전히 차려 자세로 "네, 알겠습니다."그러더군요.
아~~ 이녀석이 우리반 거의 꼴찌인데
정말 자랑스런 J.H.K 가 돼 줄까요? ㅎㅎㅎ
아이들이 스승의 노래를 불러주더군요.
저는 손사레를 쳤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노래 듣기에는 아직은 너무 부족한 선생이라서...
2011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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