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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국민학교 1학년 때 내 짝꿍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3. 8. 4.

 

 

 

 

 

 

 

 

국민학교 1학년 때였지.
봄이라지만 거긴 경기도 산골이었기 때문에
3월은 아직 추운 겨울 같은 봄이었어.

 

 

 

그래서 빨간 반코트를 입고 등교를 했지
주머니엔 하얀 토끼가 빨간 스팡크로 눈을 장식한 그런 옷이었어.

 

 

 

근데 짝이라는 녀석이 그 토끼눈을 빼버린거야.
내 눈이 빠질 정도로 울었어.

 

 

 

 

근데 그녀석은 오지게도 재수가 없었지.
울 엄마가 그 학교 선생님이었으니
담임이 가만 뒀겠어?
오지게 맞았지.

 

 

 

하지만 그 개구진 녀석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여러 가지로 나를 애먹이고 짖궃게 굴었어.

 

 

 

 

4학년을 마치고 난 부산으로 전학을 갔고.
부산 찍고
중 2때 대구로 전학을 왔지.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난 후
아는 아이 중에 **이라는 아이가 있었어.
걔가 지 남자 친구를 인사시켜주는데
국민학교 때 내 그 개구진 짝꿍이랑 이름이 같더라고.
그래도 몰랐어.

 

 

 

 

몇 달이 지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걔가 걘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그래서 그 여자 친구에게 호구 조사를 했지.

 

 

 

 

 

세상에
경기도 산골짜기에서
대구까지...

 

 

 

그때도 그 짝꿍녀석이 한 말이
지 여자 친구 이름이 **이인 이유가
첫사랑의 이름과 같아서라나 뭐라나.

 

 

 

 

 

하지만 그 녀석은 나에게는
국민학교 1학년 때 짝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그리고 그 다음해 겨울

공교롭게도 같이 서울로 대학을 가고

 

 

 

서울 가서도 1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 하면서도
그 녀석은 볼때마다
치마가 짧니 내 남자친구가 후지니 어쩌니 하면서
꼭 아빠같이 굴었지.

 

 

 

 

 

 

결혼을 하고 소식이 뚝 끊어졌어.
우리 애들이 아마 유치원 다닐 때였던 것 같아.
우연히 음악회 포스터를 보는데
내 짝꿍 녀석 얼굴이 붙어있는거야.

 

 

 

 

 

그래서 그날 저녁 애 둘을 데리고 음악회에 갔지.
대기실에 가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녀석의 등을 툭 쳤지.

 

 

 

 

 

그 녀석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격이 없이 팔을 벌리고 허그를 하더군.
알고 보니 그동안 오스트리아에 유학가 있어서
서양 풍습이 몸에 밴 거였어.

 

 

 

 


"야, 여긴 한국이고 난 유부녀다."
그러면서 핀잔을 줬지.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세월이 흘러
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첫사랑 혜경아, 그러면서 전화를 했던 거지.
인연의 줄이라는 것이
참으로 희안하게 연결이 되지?

 

 

 

그 쌔까맣고 개구지던 그 짝꿍이
이제는 50줄의 중년이 됐는데도
그 개구진 모습이 다 없어지지 않아서
난 그게 좋더라.

 

 

 




 

 

 

 

 

2008년 10월 16일

여고 까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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