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이라는데 저는 꽃이 좋다던 때로부터 12일이 지난 후에야 갔으니
그래도 그나마 이렇게 있어준 것만도 고맙다 해야할까요?
하지만 자연의 순리대로 그리 됐으면 누굴 탓하겠습니까?
몇 촉 안 되는 녀석들이 그나마도 반 이상은 밟히고 꺾여서
쑥대밭은 저리가라였습니다.
정말 꽃을 찍는 사람과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별개의 존재인가 봅니다.
그 키가 큰 녀석을 모르고 밟지는 않았을 겁니다.
꽃을 사랑하는 자는 그저 바라만 본다는데
저는 꽃을 찍는 자 중의 한 사람이라 할 말은 없습니다.
너무 늦은 때에 찾아서 한창 때의 붉은 색도 퇴색하고
거기다가 거미녀석까지 닭고기 한 조각 떼어 거미줄에 걸어 놓았습니다.
또 다른 탐식자가 갉아먹으려고 기어 오르고 있구요.
그래도 그들은 생존의 문제니 뭐라 할 수 없지요.
맨 아래 사진은 밟혀 눕혀진 것을 찍었습니다.
밟히지 않았으면 더 살 수 있는 꽃이라는 거 금방 봐도 아시겠지요?
이렇게 일러대는 저도 할 말은 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일부러 밟지는 않습니다.
늘 꽃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직 홍닭의난초라는 정명은 없군요.
닭의난초(붉은색)으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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