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모든 봉사를 마치고
밤 비행기를 타기 전
울란바타르 시내를 관광하고
민속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웨딩촬영이 있어 찍었습니다.
울란바타르의 밤거리를 거니는데
싸한 이별의 아픔이 저려왔습니다.
공항에서의 이별은 어쩐지 드라마틱 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엔 저에게도 그런 이별이 있었습니다.
에즈닉 모타르의 장로님 부부가 공항까지 배웅 나오셨습니다.
꽃을 찍을 때 풀을 치워줬던 그 소녀가 있는 교회 말입니다.
저는 그 교회에서는 헌금할 시간이 없었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출국하기 전에
저는 아들의 등을 쳤거든요.
아들, 엄마 몽골가는데 선교헌금 좀 해라. 이렇게요.ㅎㅎㅎ
칼만 안 들었지 걍 강도지요, 뭐.
아들이 보내라는 돈보다 좀 더 많이 보내서
제 주머니엔 돈이 좀 남아있었습니다.
봉투도 없고 좀 그랬지만
장로님께 헌금이라고 드렸습니다.
이름을 물으시기에 걍 대구의 우리 교회를 기도하시면 다 포함된다고 했지요.
출국하려고 줄을 서서 막 모퉁이를 도는데
장로님이 기어이 제 이름을 알아가지고 부르시더군요.
쫓아가니
혹 오카리나 두 개를 한국 가면 부쳐 줄 수 있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전에 오카리나를 불어보셨데요.
가만히 생각하니
오카리나 값보다 부치는 요금이 더 나올 것 같았어요.
제가 출국할 때 오카리나를 챙겨넣으면서
제일 소리가 좋은 것을 넣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도 이 오카리나를 다시는 못 볼 것 같더라구요.ㅎㅎ
저는 베낭에서 오카리나를 꺼내 장로님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싼 플라스틱 오카리나가 아닌 것을 안 장로님이 받기를 망설이셨습니다.
저는
제 오카리나가 주를 찬양하는데 쓰이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고 했지요.
장로님은 늘 기도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하는
그 누군가가 한 사람 더 생긴거지요.
아마 지금도 몽골의 에즈닉 모타르의 초원에서는
맑은 오카리나의 찬양이 울려 퍼지고 있을 겁니다.
저에게 마음을 열었던
그 소녀도 그 오카리나 소리를 들으며 찬양을 하겠지요.
이것이 저의 감사이고 기쁨입니다.
제가 단기선교를 가기 전에는
이렇게 잠깐 스치듯 지나치는 선교가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스쳐가는 도움이 현지에서 어렵게 선교하시는 분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알았습니다.
마치 몽골 낯선 땅에서
우리 담임 목사님이 격려차 오셨을 때
지치고 힘들었던 우리 선교팀들에게
다시금 샘솟는 힘과 용기를 줬던 것처럼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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