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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즐거운 편지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2. 11. 26.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 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 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 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 기다림의 자세...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여전히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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