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야영장에 도착했습니다.
흠...좋다, 이거지?
좀 있어 봐라.ㅎㅎㅎ
이제 우리의 손에서 아이들은 교관의 손으로 넘겨졌습니다.
얘들아, 저녁때 보자. ㅎㅎㅎ
야영장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의자가 시멘트 바닥이라 너무너무 찬 것이 흠이었지만
커다란 아카시아 그늘 아래 식사 시간은 환상이었습니다.
각자 자기 막사로 출발!!!
아이들은 극기 훈련을 나가고
우리는 점심 식사 후 야영장 근처를 산책했습니다.
500년 묵은 나무라는데 갤럭시에 다 담지를 못하겠네요.
어릴 때 집에서 토끼를 키웠어요.
바구니 하나 들고 들판으로 나가 토끼풀을 뜯으며
시계, 반지,목걸이 세트로
아니, 거기다가 화환까지 머리에 얹고 다녔던
내 어릴 적 패션 악세사리였지요.
저 먼지 구덩이 속에서도
아이들은 야영장이 떠내려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밤을 보냈어요.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내 속을 시원하게 했어요.
갇혔던 모든 응어리들 다 날려 보내려므나.
하얗게 꽃잎이 특이한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로 사진을 찍으니 너무 멋있었어요.
다음날 비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캠프화이어를 첫날 하기로 했지요.
아이들은 행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얼마나 즉각적으로반응하며 야영을 즐기는지
보는 사람이 사랑스럽고 행복하게 느껴졌습니다.
야영의 하이라이트지요.
불이 타오르고 폭죽을 터뜨리면
밤하늘에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흐려서 별이 없는 하늘에 별처럼 박혔어요.
촛불 앞에서는 사람이 왜 그렇게 숙연해지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녀석들인데도
촛불 앞에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을 그리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촛불을 들고 있지 않은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촛불을 켜 주었습니다.
다음 날은 비가 많이 와서
아이들은 비옷을 입고 짧은 거리지만 국토순례를 하고
우리는 비오는 창밖을 쳐다보며
뜨거운 방바닥에 배를 깔고
아이들이 올 때까지 책을 읽었습니다.
'교사들이여, 절대로 가르치치 마라' 라는 제목이었습니다.ㅎㅎ
비가 오니 실내에서 도미노 놀이도 하고
장래 뭐가 되고 싶은지 그림지도도 만들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얼마나 진지하게 하는지 그 모습이 너무도 예뻤습니다.
정말 교사라는 것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아이들의 본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습니다.
지나가는 소리로 학교에서 그랬죠.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힘든 극기 훈련도 하고
빗속을 걸으며 땅을 밟아 보겠니?
몇 번 되지 않는 일이니 싫컷 힘들어도 해봐야 해.
그리고 야영장에서 지나가면서 들으니
저희들끼리도 제가 했던 그 말을 그대로 하면서
그 힘든 일들을 감수해 나가는 겁니다.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 말과 내 마인드에 대해서
스치는 말이라해도
긍정적인 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줘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올해의 아이들은 참 맑고 밝았습니다.
순진하게 교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으니
야영의 재미가 훨씬 좋았겠지요.
몇 몇 녀석들은 참 가슴 뿌듯하게
쌤, 사랑한다고 야영소감에 적었더군요.
나도, 사랑한다....*^^*
2011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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