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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

뚜건 밤을 보냈습니다.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19.

 

 

 

 

 

 

 

 

 

 

 

 

야영장이 숲속 깊은 곳에 있으니

 

다른 곳보다 추운 편이지요.

 

 

첫날은 보일러 사용법을 몰라서

새벽에 정말 추웠어요.

 

 

 

다음 날은 야영 마지막 날이니

모두들 모여 앉아 조촐한 파뤼를 했지요.

 

젊잖으신 교감쌤이 약간의 야(夜)한 이야기를 해 줬어요.

 

 

 

옛날 못 살던 시절

방 한 칸에 모든 식구가 자던 시절.

부부가 밤에 일을 하려니 아이들이 걸렸다.

 

 

아주 어린 것들이야 뭘 알겠냐만은

큰 아들이 마음에 걸려

아궁이에 불 좀 때라고 보내고 밤일을 치루고 있었다.

 

알 것 다 아는 큰 아들은

언제쯤 불을 그만 때야 할지를 몰라

방에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방 뜨시나?"

"형아, 불 그만 때라, 너무 뜨거워 아빠가 엄마 위에 올라가 있다."ㅎㅎㅎ

 

 

 

자려고 누웠는데

눈은 말똥말똥해지고

잠도 야영을 갔는지, 원...

 

 

근데

방바닥이 뜨거워져 오는데

아뿔사, 어제 추웠다고 온도를 최대로 올리지 않았던가?

 

 

보일러는 옆방에 있고

부시럭거리면 곤하게 자는 사람들 깨울 것 같고.

하아~~ 영창대군이 이렇게 죽었구나 싶을 즈음

동창이 하얗게 밝아오고 집나간 잠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홀로 뚜건 밤을 이렇게 지새우고

마치 사랑의 고뇌에 빠져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운 사람처럼

초췌하고 꺼죽한 모습으로 아침을 먹으러 가니

쌤들이 어인일이냐고 묻습니다.

 

"뚜건 밤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뜨거웠으면 올라가지 그랬어?"

모두들 어젯밤 교감쌤의 야화를 떠올리며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2011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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