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캡틴! 나의 캡틴

참 많이 울었습니다.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20.

 

 

 

 

 

 

 

 

살다 보면 말 할 수 없이 억울해서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날이 있지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태권도부가 둘이나 있습니다.

항상 훈련때문에  6교시만 마치고 갑니다.

내일모레는 소풍입니다.

 

 

우리 경산 촌놈들은

대구까지 한 마리라도 길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오늘 조를 짜라고 했습니다.

 

 

 

태권도부 체육선생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반 애들이 안 와서 훈련을 못한다고...

소풍 조를 짜고 있으니 빨리 짜고 보내겠다 했지요.

 

 

학교를 대표하는 태권도부가 우선이냐

조 짜는 것이 우선이냐고언성을 높이더구만요.

애들이 길을 잃어 버리면 큰일이니까

조 짜는 것이 우선이라 했지요.

 

 

전화가 뚝 끊기고 조금 있으니 직접 올라왔더구만요.

 

삿대질을 하면서 늘 아이들을 늦게 보내줘서 훈련이 늦어진다나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뭐라고 마구 퍼부어대는데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무례함과 억울함에 아무 것도

듣기는 들어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요.

 

 

 

교무실 내 책상 앞에 서서

모든 것을 누르느라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습니다.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눌렀는지 모릅니다.

 

 

 

제가 아이들을 즉시즉시 보낸 것을 다 아는 학년부장이

사태를 짐작하고 두 놈을 불러 족치더구만요.

 

 

내 아이들이었습니다.

 

담임이 늦게 보내줘서 늦었다고...

그리고는 한참을 놀다간 것을... 

모든 것을 담임에게 덮어 씌운 것이...

 

 

아이들이니까요.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눌렀던 눈물은 더 이상 누를 수 없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 한 롤을 거의 다 눈물 콧물로 적시는 동안

체육선생님이 뛰어 올라왔습니다.

 

 

오해했다고.

사과한다고.

뒷끝은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지요,

그렇게나 퍼부었는데 남을 것이 뭐 있겠습니까?

우리 부장님은 저 선생님이 사과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지요.

그런 사람에게 사과를 받았으니 참 저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미 지금까지 살아온 체육 선생님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

이 두 녀석이 무지함과 무례함으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5월 31일

 

 

 

 

 

 

 

'오,캡틴! 나의 캡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 풍  (2) 2023.08.21
떡 하나 먹고  (2) 2023.08.20
뚜건 밤을 보냈습니다.  (4) 2023.08.19
야영 2011  (2) 2023.08.19
야영, 다녀오겠습니다. ㅎㅎ  (6) 2023.08.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