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말 할 수 없이 억울해서
눈물을 참을 수 없는 날이 있지요.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태권도부가 둘이나 있습니다.
항상 훈련때문에 6교시만 마치고 갑니다.
내일모레는 소풍입니다.
우리 경산 촌놈들은
대구까지 한 마리라도 길을 잃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오늘 조를 짜라고 했습니다.
태권도부 체육선생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반 애들이 안 와서 훈련을 못한다고...
소풍 조를 짜고 있으니 빨리 짜고 보내겠다 했지요.
학교를 대표하는 태권도부가 우선이냐
조 짜는 것이 우선이냐고언성을 높이더구만요.
애들이 길을 잃어 버리면 큰일이니까
조 짜는 것이 우선이라 했지요.
전화가 뚝 끊기고 조금 있으니 직접 올라왔더구만요.
삿대질을 하면서 늘 아이들을 늦게 보내줘서 훈련이 늦어진다나요.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뭐라고 마구 퍼부어대는데 생각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무례함과 억울함에 아무 것도
듣기는 들어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요.
교무실 내 책상 앞에 서서
모든 것을 누르느라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습니다.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눌렀는지 모릅니다.
제가 아이들을 즉시즉시 보낸 것을 다 아는 학년부장이
사태를 짐작하고 두 놈을 불러 족치더구만요.
내 아이들이었습니다.
담임이 늦게 보내줘서 늦었다고...
그리고는 한참을 놀다간 것을...
모든 것을 담임에게 덮어 씌운 것이...
아이들이니까요.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눌렀던 눈물은 더 이상 누를 수 없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 한 롤을 거의 다 눈물 콧물로 적시는 동안
체육선생님이 뛰어 올라왔습니다.
오해했다고.
사과한다고.
뒷끝은 없는 사람이라고...
그렇지요,
그렇게나 퍼부었는데 남을 것이 뭐 있겠습니까?
우리 부장님은 저 선생님이 사과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지요.
그런 사람에게 사과를 받았으니 참 저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미 지금까지 살아온 체육 선생님은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
이 두 녀석이 무지함과 무례함으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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