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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

떡 하나 먹고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20.


 

 

 

 

 

 

 

 

 

한 바탕 비바람이 몰아친 다음에는

더 눈부신 태양이 빛난다.

 

 

 

 

 

 

 

밤새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겨우 눈 좀 붙이고

어쩐지 아이들과 마주치는 것이 부끄러워

땅만 보고 출근을 했지요.

 

 

 

 

 

 

교무실 문을 여니

우리 반 두 녀석 책가방을 맨체 땅바닥에 꿇어 앉아 있고

나를 쳐다보는 선생님들의 시선도 무척이나 버겁고 부끄러웠어요.

 

 

 

 

 

 

 

아침이라 아직 풀리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일어나라고 했지요.

본의 아니게 쫙 깔리는 목소리가 더 겁을 줬던 것 같아요.ㅎㅎ

 

 

 

 

 

 

 

벌은 체육쌤한테나 부장쌤한테 받을 만큼 받았을 것이고

너희들이 쌤 눈물 뺀 만큼 잘 해서 감동으로 채워라. 가라.

 

 

 

 

 

 

1교시 수업을 들어갔더니

칠판에 과학쌤 예뻐요.

그렇게 적어 놨어요.

 

 

 

 

 

 

감각이 남다르군. 그랬죠.ㅎㅎ

 

 

 

 

 

 

2교시 수업 들어가니

애들이 아우성이예요.

쌤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데요.

근데 옷이 예쁘데요.

 

 

 

 

 

 

잘 보면 얼굴은 더 예뻐. 그랬죠.ㅎㅎ

 

 

 

 

 

 

 

4교시 수업을 들어갔어요.

체육쌤이 나빠요.

얼굴이 확 달아올랐어요. 정말 부끄러웠어요.

 

 

 

 

 

 

다른 반 아이들은 그냥 간접적인 표현만 했는데

이녀석들은 아주 노골적이예요.

 

 

 

 

 

 

살다보면 오해도 할 수 있어.

오해 하셔서 그런거야. 다 풀었어.

 

 

 

 

 

 

 

5교시 수업하고 오니 교무실 탁자에 떡이 한 접시 있어요.

웬 떡?

 

 

 

 

 

 

체육쌤이 어제 한 잠도 못잤데요.

전학년 교무실에 떡 돌리고 또 한 번 더 저한테 사과한다고.

 

 

 

 

 

 

저는 우리 쌤들 먹여 살리려고

이 한 몸 다 바쳐 얻은 떡이니 맛있게 드시라고.ㅎㅎㅎ

 

 

 

 

 

 

퇴근하면서

차에 타서 전화를 했어요.

 

 

 

 

 

쌤, 접니다.

떡 하나 먹고 다 풀렸어요.ㅎㅎㅎ

 

 

 

 

 

 

그 다혈질의 체육 쌤,

원, 안 잡으면 날아갈 것 같이 좋아하면서

내일 소풍가서 한 잔 하입시더.

 

 

 

 

 

 

헐~~

나는 술 못하는데 어쩌지?ㅎㅎㅎ

 

 

 

 

 

 

2011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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