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출장

 

 

 

 

 

토요일엔 자연관찰 탐구대회 포항 출장이 있었어.

병선이 한테 포항간다고 연락하니 밥 먹자고 하더라.

 

 

 

밤 11시쯤 됐는데 문자가 들어오는 거야.

갑자기 부모님께 재롱잔치하러 대구 온데. 헐~~~

 

걍 두꺼운 책 한 권 넣었다.

 

 

 

아이들 두 녀석 태워서 포항까지 무사히 도착했어.

탐구대회장은 극비라 당일날 발표하는데

아이들만 버스 태워가고 인솔교사는 마냥 기다려야 해.

 

 

 

책이나 읽으려고 하는데

은주한테 문자가 왔어.

캐나다에 있어야 할 은주가 포항에는 웬일?

 

아무튼 은주가 나의 실력을 모르고

월포 백번 회집 찾아오래.

뭐, 포항이 거기가 거기겠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이정표만 믿고 차를 몰았어.

 

 

 

근데 말이야

월포라는 이정표는 어디에도 없더라고.

칠포 지나서 월포라기에 아무튼 칠포를 일차 목적지로 삼았지.

그래도 가는 도중에 사진도 찍고

여유를 부렸어.ㅎㅎㅎ

 

 

 

근데 월포는 안 나오고

포항여객선 터미널이 저 멀리 보이더구만.

직감적으로 잘못 왔다 생각했지.

아이, 말이지 월포의 백번 횟집을 찾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서울 김서방네 찾는 것 만큼이나 황당한 일이었는데

나나 은주나 그 사실을 모르고 덤볐던 거야.ㅎㅎㅎ

 

 

 

몇 번의 통화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다그친 끝에

나, 월포 백번 횟집을 찾았다.

은주랑 자연산 물회를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그런데 순간 캐나다 번개가 그야말로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어.

은주야, 네가 여기 있으면 캐나다 번개는 워떻게 되는 겨?

 

 

 

8월 말까지 한국에 있는다니

천둥소리만 꾸르릉 몇 번 내다가

내년에 번쩍 번개 쳐 보자고 미뤘다.

 

 

은주가 새로운 빠른 길을 가르쳐 주며그냥 그대로 쭉 가면 된데.

나, 정말 시키는 대로 잘 하잖아.계속 쭉 갔어.

 

 

이정표가 울진 영덕을 가리키는 순간

뭔가 잘못 됐다는 것 쯤은 알았어.

뭐, 그래도 갤럭시에 T map이 있으니까.

갓길에 차를 세우고 T map를 접속했지.

 

 

헐~~~T map 3.0은 pc와 연결된 상태에서 설치가 가능하데.

 

내가 말이지 어제 잘 한다고 갤럭시 업그레이드 시켜 왔어.

그래서 T map이 설치가 안 된거였어.

missing~~~

 

 

나만 미아가 된 게 아니야.

내 새끼들, 시험장엔 폰도 못 갖고 들어가서

나한테 맡겼기 때문에 연락도 안 되고

완전 미아가 되는 거야.

 

 

 

가까운 주유소에 들어가서 거의 울먹이며 말했어.

아저씨, 길 잃어버렸어요.

포항 IC쪽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요?

그 아저씨 내 급한 마음과는 전혀 상관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로 쭉 가면 된데.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전화 한 통하는데

버스가 도착하더라.

아무 사실도 모르는 녀석들이

막 뛰어오면서 쌤 보고싶었어요, 그런다. ㅎㅎㅎ

 

 

 

나는 너희들이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아냐?

 

 

 

대구에서 이어지는 약속이 있어 시간은 빠듯한데

우리 경산 촌놈들 바다 구경이나 제대로 했겠어?

 

 

약속에 늦겠다고 연락하고는

아이들 데리고

전에 병선이가 데리고 갔던 해뜨는 집에 갔어.

 

 

거기는 어떻게 알았냐 하면

은주 만나러 가는 길에 보니까 있더라.ㅎㅎㅎ

병선이 이름 파니까 알더라.

 

 

 

내 새끼들이 얼마나 물회를 맛있게 먹는지

연신 아, 맛있다를 외치며 완전히 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거야.

 

 

 

얼마나 귀엽든지.

잘 데리고 왔구나 생각했어.

 

아이들 내려주고

급하게 늦은 약속장소로 갔지.

너무 많이 늦어서 미안해서 정신이 없었어.

 

 

 

병선아 네 이름만 팔아도 자연산 물회 맛있게 푸짐하게 해 주더라.

아무튼 이번에도 포항의 구석구석을 잘 시찰하고 돌아왔어.

 

 

난 이래도 네비는 안 달거야.ㅎㅎㅎ

 

 

 

2011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