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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편린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4. 1. 15.

 

 

 

 

 

 

 

 

백석지서 뒤 우리집 있던 자리에 가보니 아파트가 들어섰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이걸 알겠더군요.

세월에 따라 강산은 변하는데 길은 그대로 있었어요.

 

 

 

 

기억을 더듬어 백석지서 맞은 편에 언덕 위에 백석교회가 있었는데...

아하~~ 백석교회 이정표를 찾았어요.

내가 늘 걸어다니던 그 길을 걷고 싶어 친구는 차 타고 오라하고

저는 걸었지요.

 

 

 

 

 

그 자리에 역시나 건물만 새로 지어 교회가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앞니 빠진 꼬맹이가

머리에 깃털 장식을 달고 무대에 올라가 재롱잔치를 했지요.

 

 

 

 

그리고 교회 문을 열고 나오면 보름달 같이 둥그런 초를 넣은 등이 걸려 있었어요.

그리고 눈 덮힌 저 길을 걸으면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소리가 났지요.

환한 밤중에 집까지 뽀드득 뽀드득 거리며 걸어갔어요.

아직도 생생해요.

추웠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던 크리스마스 무용과 행사들...

찬양을 할 때는 목소리가 안 나와서 떨었던 생각.

 

 

 

 

 

 

 

 

 

 

 

 

교회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내 어릴적 그 추억을 잃어버리지 않을만큼 비슷하게

그렇게 조그마하고 아늑하게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사찰집사님인 듯 한 분이 무슨 일인가싶어 오시더군요.

아주 어릴적 다니던 교회라 하니까

아주 반가워하며 반겨주셨어요.

 

 

 

 

아구...

지갑을 차에 두고 왔어요.

헌금을 하고 싶었는데...

 

 

 

 

아, 그런데 지난 주일에 우리교회 행사에 회비를 내고 잔돈을 받은 것이 주머니에 있는 것이 생각났어요.

5만원을 내고 2만원을 받았거든요.

감사헌금 봉투에 넣어 헌금을 하고 왔어요.

너무나 기뻤어요.

여호와 이레라...ㅎㅎ

 

 

 

 

 

 

 

 

 

 

 

 

저 길 끝에 아스라이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제가 4년을 다녔던 백석국민학교입니다.

 

 

 

 

 

예전엔 학교를 마치고 오다 보면 왼쪽에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었지요.

웅덩이에 비친 구름을 보면 물이 너무 깊어 보여 무서웠어요.

그래도

곧잘 쪼그리고 앉아 가슴 서늘하게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폈었는데 그 웅덩이도 없어졌더군요.

 

 

 

 

 

내가 뛰놀던 작은 동산은 아직은 남아있는데 언제 왔는지

잔설이 남아있어 돌아볼 엄두는 못 냈습니다.

 

 

 

 

 

신촌으로 나가는 먼 길을 여름날 걸었던 생각이 나요.

양옆으로 사탕수수밭이 있었지요.

그때 사탕수수는 내 키보다 컸는데 사탕수수가 큰 것이 아니라

제가 작았던 것이겠지요?ㅎㅎㅎ

 

 

 

 

어느 무더웠던 여름날

이 길을 걸으며 아이스께끼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요.

아빠가 식구 수대로 아이스께끼를 사오라 하셨어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양푼이에 아이스께끼를 사서,

아직도 기억나요. 주황색 아이스께끼였어요.

너무 더우니까 금방 녹았지요.

물 반 얼음 반을 그래도 얼마나 맛있고 시원하게 먹었던지.

 

 

 

 

신촌으로 나가니 26사단이 보였어요.

얼마나 반갑던지.

우리 때는 군인 아저씨들이 트럭을 타고 많이 다녔어요.

26사단에 위문공연도 갔었지요.

우리교회에서.

 

 

 

 

그래서 입구를 사진을 찍었어요.

근데 친구가 빨리 타라고 재촉을 하는 거예요.

저 헌병이 너 잡으러 와.

오잉? 왜?

 

 

 

 

 

보니까 정말 헌병이 저벅 저벅 우리쪽으로 걸어왔어요.

무엇을 찍었습니까? 보여주세요.

친구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저는 제발 지우라고 하지 마세요. 그랬는데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지워주세요.

그러데요.

두 장의 사진, 지웠어요.ㅠㅠ

 

 

 

 

 

옛날 124군 부대 김신조 일당이 내려왔던 121사태 때

엄마랑 나는 의정부 갔다 오는 길이었어요.

군인들이 버스를 세우고 제 이름을 불렀어요.

엄마랑은 너무 놀랐지요.

알고 보니 군목으로 계시던 외삼촌이 걱정이 돼서 짚차로 우리를 데리러 보냈던 거였어요.

 

 

 

 

 

 

그때 생각을 하면 어쩐지 기분이 으쓱해져요.ㅎㅎㅎ

지금은 그 외삼촌은 하늘나라에 계시지요.

그날 밤 우리집 주변은 무장공비를 잡으려는 조명탄으로 대낮같이 밝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무섭기는 했지만 조명탄으로 밝은 하늘은 마치 생일 축하 불꽃놀이 같았어요.

1월 22일이 제 생일이었거든요.ㅎㅎ 

 

 

 

 

 

 

 

 

 

친구는 어째 제가 못 미더웠는지 역 안까지 들어와서 배웅해줬고

출발하면 문자 날리고 도착하면 문자 날리라고...

 

 

 

 

 

그래서 기차 타고

이번엔 확실히 탔어.

그렇게 날렸지요.

친구는

ㅎㅎ

역시 똑똑하다~~^

조심해서 내려가고.

그러기에

응 그런 것 같지? 흠...

그렇게 답장을 날렸습니다.

 

 

 

대구 도착해서도

나 똑똑한 거 알지?

대구 무사히 도착했어.

그렇게 야무지게 문자 날렸습니다.

집에 무사히 온 것이 정말 똑똑한 일입니다.ㅎㅎㅎ

 

 

 

 

 

이렇게 생각지도 않게

계획에도 없던 추억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아직도 그립습니다.

차마 꿈엔들 잊지 못할 그곳이

벌써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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