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슬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학기말 업무가 너무 많아서 터키여행, 들뜰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터키 공부? 그런 거 없었습니다.
그래도
들은 풍월은 있어서
카파도키아와 파묵깔레는 세상에 그렇게 신기한 지형도 있나?
평소에도 꼭 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아, 여기는 호텔에서 바라본 시가지 야경입니다.
터키여행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호텔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백화점에 흔하게 있는 엘리베이터지만
터키에서 보니 반가워서 찍어봤습니다.
호텔 입구에 있는 연못에 금붕어들이 잔뜩 있는 것을
버스를 타고야 봤습니다.
그래서
얼른 뒤를 돌아서 찍은 것입니다.
파묵깔레로 향하는 버스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고
가이드가 무척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걱정 안 했습니다.
토러스 산을 넘을 때 그렇게 눈보라가 휘몰아쳤는데도
산 밑은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 밑에 오렌지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니까요.
간간이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처럼
저렇게 왕따 나무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비가 온 탓에 산에 물안개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에서 보는 그 운무에는 비길 것이 못 됐습니다.
저 밑에 갈색으로 보이는 밭이 전부 밀밭이라고 하더군요.
다시 토러스 산을 넘는데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왔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눈을 얹고 서있는 나무들이
그저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저는 멋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 나라는 신호등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 옆에 있습니다.
지금은 빨간 불이군요. 그러니 떨지 않고 찍었지요.ㅎㅎ
저 나무가 포도나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터키 여행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생생하게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지요.ㅎㅎ
중간에 휴게소에 들어서 점심을 먹은 곳입니다.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림이
내 눈앞에 현실로 이렇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토러스 산을 넘어
파묵깔레에 도착했습니다.
곳곳에 눈을 치우는 차, 눈길에 미끄러져 경찰차가 도와주는 장면,
아주 눈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파묵깔레에 도착해서 로마시대에 세웠다는 목욕탕 건물을 구경했습니다.
저는 마냥 쏟아지는 눈이 좋아서
요리조리 팔짝팔짝 뛰면서 사진을 찍어댔지요.
가이드 말에 의하면
가이드 한 역사이래 이렇게 파묵깔레에 눈이 온 것을 본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현지인 가이드 역시
자기가 평생 살아왔지만 이렇게 눈이 온 적이 없었다네요.
저는 신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눈 덮힌 파묵깔레는 아무도 못 봤다는 결론인데
이런 귀한 사진을 찍다니 행운이다, 라고
연신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아, 여기는 히에라폴리스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일행들의 반응은 시큰둥 했습니다.
저 눈 좀 보세요.
얼마나 많이 왔는지 아시겠지요?
코 앞에 있는 나무도 뿌옇게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저렇게 눈이 녹아 있는 곳은 온천 물이 지나가는 자리랍니다.
떨어지는 눈송이 좀 보세요.
온통 눈으로 덮힌 로마시대의 목욕탕 건물.
눈 사이로 요상한 모양의 윤곽이 보여서 찍었습니다.
와, 신기하다.
우째 이런 모양이 나오지?
멋지다.
저는 가이드에게 물었지요.
근데
파묵깔레의 온천은 어디 있어요?
가이드가 대답했어요.
이게 그거에요.
저는 소리쳤어요.
여기가 파묵깔레였어요?
원래 이런 곳이랍니다.
눈이 오지 않아도 이렇게 하얀...
정말 슬펐습니다.
눈 때문에 그 아름다운 파묵깔레의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멋진 그 경치가 다 덮였는데
저는 눈이 와서 지금껏 보지 못한 파묵깔레를 본 거라고 좋아했으니...
여기 말고 다른 곳에 또 있는 줄 알았지요.
여기가 거긴 줄 알았나요...
눈이 오지 않았다면
하얀 석회석 위에 시리도록 파란 물이 찰랑거리는 그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울고 싶은 심정으로 아쉽게 마지막 장면을 담는데
아니, 또 다른 저를 담는 카메라를 발견한 겁니다.
50년 만인지 100년 만인지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오는 눈이라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겁니다.
제가 그랬지요?
혹시 아냐고.
터키 방송국에 Missing 그러면서 제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기특하게도 길은 잃지 않고 이렇게 수십 년 만의 폭설 속의 외국인 관광객으로 방송을 타게 됐으니
얼마나 기특합니까?
이 나라의 공중전화부스입니다.
눈을 맞으며 장소를 이동했는데
건너편 목욕탕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오~
제가 여기 들어온 시각이 오후 3시 35분을 좀 지나고 있군요.
온천수의 열기로 온통 안은 김으로 가득 찼습니다.
이것을 수증기라고 했다간 혼 납니다.
수증기는 기체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아요.
이것은 작은 물방울인 김입니다.
아이들에게 이것을 가르치는데 1년이 걸렸습니다.
수시로 기습 공격을 해서 물었거든요.
학기말이 되니까 이제 낚이지 않더군요.ㅎㅎ
저 펌프도 아주 오래 됐다고 들어서 한 컷 찍었는데
얼마나 오래 된 것인지는 잊었습니다.
굉장한 폭설이었습니다.
저기 취재하는 기자들 보이시죠?
저 카메라 속에 저도 들어있습니다.ㅎㅎ
가이드가 왜 그렇게 걱정을 했는지
눈이 온다고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 사람은 왜 저밖에 없었는지
일행들의 반응이 왜 시큰둥했는지
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 정말 파묵깔레만 언제 다시 올 수 없을까요?
너무나 애석한 일입니다.ㅠ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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