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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또 하나의 이별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2. 11. 6.

 

 

 

 

 

 

쵸코파이에 촛불을 켜고

스승의 은혜를 불러 줄때가지도

용케 참을 수 있었어요.

 

 

 

스승의 은혜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흘렀었는데

잘 넘겼다구요. 

 

 

 

 

 

 

 

 

 

 

 

 

 

 

그깟 두 달 반으로는

내 마음을 뺏지 못할 걸?

 

 

 

 

그리고

담임이 다시 돌아오니까

너무 정들게 하면 담임이 힘들거야.

 

 

 

 

 

 

 

 

 

 

 

 

 

 

 

 

 

 

그런데

종례를 해야 아이들을 보내는데

종례를 못하겠어요.

 

 

 

목이 메어 소리보다 눈물이 먼저 쏟아지는 거예요.

 

 

 

 

 

 

 

 

 

 

 

 

 

 

 

아이들이 몰려와 하나, 하나, 저를 안아줬어요.

남자 아이들은 안 안아 줄 줄 알았는데

꼭 안아 줬어요.

 

 

 

 

이 사진은 우리반 입양한 아들이 찍어 준 사진이에요.

일일이 포즈를 가르쳐 주며 찍어줬어요.

 

 

 

교실 문밖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쌤 가지 마세요, 그렇게 너스레를 떨면서요.

 

 

저 사진 맨 밑에 눈에 불을 뿜고 있는 녀석에 대해서는

언젠가 제가 쓸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교실 문에는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어요.

 

 

 

다른 반 아이들과 폭력이 일어나고 간혹 도난사고도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너무 맘 아팠어요.

 

 

 

 

그래서 우리반에는 다른 반 녀석이 자주 와서

밥도 얻어먹고 가고 그래도 벌점 부여하지 않고

저는 그녀석을 입양한 아들이라고 불렀어요.

 

 

 

그 녀석이 지금 이렇게 효자노릇을 했네요.ㅎㅎ

 

 

 

 

 

 

 

 

 

 

 

 

 

 

같이 지냈던 시간들이

벌써 추억이 되어 흐르네요.

 

 

 

 

 

 

 

 

 

 

 

 

 

 

 

 

체육대회 때

우리반 티는 잠옷 패션이었지요.

 

 

왜 나한테는 잠옷을 안 주나

내심 섭섭했는데

 

 

 

 

오늘 저에게 주는 쪽지에

체육대회때 선생님 반티를 주문 못 한 거 죄송해요. 라고 썼어요.

 

 

 

 

 

 

 

 

 

 

 

 

 

 

 

 

 

중간고사도 일등했고

체육대회에서도 거의 모든 종목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는데

400m 계주는 우리의 가장 자신 있는 일등 종목이었고

배점도 가장 많은 종목이었지요.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다른 반 아이가 우리반 아이를 쳐서 바통을 떨어뜨렸어요.

당연히 늦었고 4등으로 끝났어요.

 

 

 

 

 

 

 

 

 

 

 

 

 

 

 

 

 

전의를 상실한 아이들을 설득하는 건 제 몫이라는 말에

제가 할 일이 뭣인가를 알았지요.

 

 

 

 

 

 

 

다음 종목인 파도타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을 설득해서 일등을 하고 들어왔어요.

앞에 줄을 들고 서 있는 이 녀석은 통곡을 하더군요.

 

 

 

 

 

 

 

저를 보내는 오늘도 그날처럼 통곡을 했어요.

 

 

 

 

 

 

 

 

 

 

 

 

 

 

 

 

토요행복시간이라는 이상한 프로그램을 감당했던 그날

저와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을 한 녀석은

저에게 보내는 쪽지에

선생님, 저는 선생님에게 '정직'이라는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라고 썼어요.

 

 

 

 

 

 

 

 

 

 

 

 

 

 

 

 

 

저 많은 쪽지 중에

저의 마음을 가장 잘 헤아려 준 쪽지의 내용이 있었어요.

 

 

 

 

선생님께

짧고 굵은 몇 달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임시지만 많은 걸 가르쳐 주시고 매가 아닌 믿음으로 참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처음엔 거의 다가 문제아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제아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가 문제였습니다.

 

 

 

 

 

 

나를 가르쳐 준 아이들

그들이 내 선생입니다...

 

 

 

 

To sir, with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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