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중2 때였나?
그때부터 몇 년 저에게 과외를 받은 제자가
이번 달 27일에 결혼한다고
점심 대접한다고 서울서 내려왔습니다.
그동안 늘 연락을 끊지 않았던 녀석이지요.
아주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지금 몇 살인지도 셀 수 없어서
지금 몇 살이냐? 그랬더니
서른다섯이랍니다.
세상에나...
이 녀석은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서너 살 때
정말 귀여운 장난꾸러기 녀석일 때부터 봐 왔으니
거의 30년 세월을 같이 살아온 거지요.
요즘은 정말 새로운 인연은 만들지 말자.
있는 것은 될 수 있으면 버리자.
그리고 약속은 잡지 말자.
사람을 만나 피곤하게 지내지 말고
그 시간에 혼자의 시간을 갖거나
꽃이나 새를 만나러 가자.
자식들도 다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간섭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말고
나름의 삶을 살도록 내버려 두자.
그리고
나나 잘 살자. ㅎㅎㅎ
그래서 거의 항상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녀석은 제가 만나줬습니다.
그만큼 사람다운 사람이니까요.
저는 아주 오래 전에 '월든(Walden)'이라는 책 제목은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책 제목이 요즘 같은 불량한 기억 속에도 남아 있었는지는
저도 참으로 의아한 일이지만
보스턴에서 아들 식구들과 어느 연못에 갔는데
그곳의 이름이 월든이었습니다.
저는 설마 그 월든일까, 그러면서
이렇게 폰으로만 몇 장을 찍었습니다.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호수 주변을 쭉 한 번 돌아보지 않은 것도
땅을 치고 후회합니다.
월든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은 무지함 때문에
더더욱 후회합니다.
만시지탄이라...
그래도 며칠 전 그 책을 주문해서 읽으려고 하는데...
제가 눈 수술을 했잖아요.
지금껏 안경을 빼면 가까운 것은 잘 보여서 책을 읽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됐습니다.
안경 없이 다 잘 보이지만
가까운 것은 잘 안 보여요.
몇 장을 겨우 읽고
돋보기를 맞춰야 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월든을 읽기 전
저는 제가 정신적으로 좀 이상이 생기는 것인가
약간 걱정했습니다.
공황장애라든지...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이제 남은 생에 마음이 통하고
대화가 되는 사람만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로운 선택이라는 생각에 확신을 준 것이
바로 이 월든이라는 책입니다.
데이빗 헨리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그가 느낀 글 한 줄, 한 줄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에 확실한 답이 돼 주었고
그가 쓴 말의 의미를 정말 그대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벅찬 기쁨이었습니다.
너무 일찍 만났어도 어쩌면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딱 알맞은 시점에 이 책을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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