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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캡틴! 나의 캡틴

우리 촌놈들의 문화교실

by 까탈스러운 장미 2023. 8. 11.

 

 

 

 

 

 

 

전국연합학력고사도 끝나고

모든 진도가 다 나간 지금.

 

 

 

 

마구 날뛰는 녀석들을 감당하기 어렵겠다싶어

우리 선생님들은

경산의 이 촌놈들을

대구로 데리고 나가

영화구경을 시켜주기로 했지요.

 

 

 

 

엉성한 각본에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지만

뒤죽박죽 죽을 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부터 딴지 걸지 않기로 마음 먹고

그냥 일이 되는대로 따라갔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뭐든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쯤은 아는 지혜는 생기더군요.

어차피 완벽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조금 모자라나 많이 모자라나 모자라는 것은 일반이라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지요.

 

 

 

 

 

 

온 대구시내가 떠들썩하게 우리 경산 촌놈들이 아침부터 뒤흔들어 놓고

어찌어찌 영화관에 앉았습니다.

앉기가 바쁘게 화장실 가겠다고 허락받으러 오는 놈.

팝콘 사러 가야 한다고 영화는 뒷전이고 객석 한 가운데를 종단하며 나가는 놈.

아, 정말...

 

 

 

 

'울지마, 톤즈'가 아니라 울지마 쌤이었습니다.ㅎㅎ

 

 

 

 

보다 못해

저는 입구에 양 다리 딱 벌리고 팔짱 끼고 버티고 섰습니다.

"쌤, 화장실 급해요."

"싸."

 

 

 

 

몇 명 돌려보내니 그렇게 급하게 화장실을 찾던 놈들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영화를 보더만요.ㅎㅎㅎ

 

 

 

 

 

 

학교로 돌아와 점심 먹이고 오후 수업 들어갔습니다.

안 하려고 버틸 줄 알았는데

모두들 순순히 책을 펴고 앉았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착하고 순한 아이들.

아이들에게 조근조근 영화관 관람예절을 가르쳐 줬습니다.

 

 

 

 

 

숨 죽이고 조용히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는 모습이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보다도 더 진하게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먼 훗날 내 사랑하는 촌놈들은 어엿한 신사와 숙녀가 돼 있겠지요?

사랑스러운 녀석들,

저는 이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ㅎㅎ

 

 

 

 

 

2010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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