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불에 콩을 튀겼습니다.
어디서 콩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지요?
제가 태운 콩 냄새였습니다.ㅎㅎㅎ
번개불을 따라잡지 못해서 무지 태웠습니다.
학기말...
짧은 며칠 동안 학생부 점 하나, 띄어쓰기 하나, 맞춤법까지 샅샅이 모래알 세듯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금쪽 같은 내새끼들
이제 다 키워 2학년으로 올려보냈습니다.
1학년 모든 반 중에서 유일하게우리반만 학적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내 복이지요.
아이들을 온실 안 화초처럼 곱게만 키워서
험한 2학년으로 올려 보내려니걱정이 앞섭니다.
아, 좀 더 강하게 키울 걸 하는 후회도 잠시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콩알 만하게 작고 어려서
강하게 다룰 수도 없었습니다.
이놈들은 왜 이리 크지도 않는지.
다른 반 아이들은 방학 끝나고 오면 부쩍 크더구만
이놈들은 1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세상에
담임이 애들 우유까지 먹여 키우는 반이 또 있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안 크네요.ㅎㅎ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일 년 더 볼 수 있어서
행복한 마음으로 올려 보냈습니다.
일 년 더 근무하게 됐거든요.
집에 와서 네이트로 공짜 문자를 날렸습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이녀석들이 입학 했을 때 냈던 증명 사진을 퇴근하는 길에 집에 들고 왔습니다.
혹시나 이름을 잊을 까봐 사진 뒤에 이름을 적어서요.
하지만 어찌 잊을까요...
2011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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