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연합학력고사도 끝나고
모든 진도가 다 나간 지금.
마구 날뛰는 녀석들을 감당하기 어렵겠다싶어
우리 선생님들은
경산의 이 촌놈들을
대구로 데리고 나가
영화구경을 시켜주기로 했지요.
엉성한 각본에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지만
뒤죽박죽 죽을 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부터 딴지 걸지 않기로 마음 먹고
그냥 일이 되는대로 따라갔습니다.
이 나이쯤 되면
뭐든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쯤은 아는 지혜는 생기더군요.
어차피 완벽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조금 모자라나 많이 모자라나 모자라는 것은 일반이라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지요.
온 대구시내가 떠들썩하게 우리 경산 촌놈들이 아침부터 뒤흔들어 놓고
어찌어찌 영화관에 앉았습니다.
앉기가 바쁘게 화장실 가겠다고 허락받으러 오는 놈.
팝콘 사러 가야 한다고 영화는 뒷전이고 객석 한 가운데를 종단하며 나가는 놈.
아, 정말...
'울지마, 톤즈'가 아니라 울지마 쌤이었습니다.ㅎㅎ
보다 못해
저는 입구에 양 다리 딱 벌리고 팔짱 끼고 버티고 섰습니다.
"쌤, 화장실 급해요."
"싸."
몇 명 돌려보내니 그렇게 급하게 화장실을 찾던 놈들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영화를 보더만요.ㅎㅎㅎ
학교로 돌아와 점심 먹이고 오후 수업 들어갔습니다.
안 하려고 버틸 줄 알았는데
모두들 순순히 책을 펴고 앉았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착하고 순한 아이들.
아이들에게 조근조근 영화관 관람예절을 가르쳐 줬습니다.
숨 죽이고 조용히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는 모습이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보다도 더 진하게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먼 훗날 내 사랑하는 촌놈들은 어엿한 신사와 숙녀가 돼 있겠지요?
사랑스러운 녀석들,
저는 이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ㅎㅎ
2010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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