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의 여름방학이 훌쩍 지나 끄트머리 1주일만 남은 달력을 쳐다보며
8월에 세웠던 많은 계획들을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고
지금 1주일 남았단 말이지?
마음이 답답해졌다.
두물머리 연꽃밭에 아직 피지 않았던 연밭사진을 보면서
연꽃이 피면 다시오리라 마음먹었던 것이
생각나면서
그 잘난 T 맵으로 모의 주행 한 번 하고
그래도 뭔 소린지 모르겠기에
다음 지도 다운 받아서
10장이나 되두만.
딸랑 빨간 보온병 하나에 얼음 채워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어야
다음이 있다고 되뇌이면서...
두려웠지.
먼 길이고
한 번 가 본 곳이라 길도 잘 모르고
운전하며 잘 조는지라 안 졸 자신 없었고...
To get what we've never had, we must do what we've never done.
여태 가져보지 못했던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야만 한다.
한 번도 혼자만의 여행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냥 훌쩍 떠난다는 것은
TV연속극의 멜로물에서나 볼 수 있는
충동적인 남에게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지.
고속도로 진입하면서부터 벌써 갈등이 생겼다.
남대구 IC는 한산한데
서대구 IC는 주차장이었다.
근데 진입하라는 곳은 서대구 IC였으니
그래도 시키는 대로 했다.
아무튼 누구나 부러워하는 하이패스를 통과하고 ㅎㅎㅎ
매 번 나는 하이패스를 장착하고 나서는
톨게이트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잊지도 않고
늘 그 생각을 한다.
신나게 달렸다.
시건방지게 T 맵은 켜지도 않았다.
고속도로는 걍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김천 다 와가는데
언듯 중부내륙고속도로 이정표가 보인다.
지나치면서 저거 다음 지도에서 봤는데...
헐~~
첫 번째 분기점에서 벌써 그냥 통과해 버렸네.
난 고속도로는 그냥 쭉 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
이렇게 빨리 분기점이 나올 줄 알았나?
10장의 다음 지도?
그런 거 다 필요 없게 됐습니다.ㅋ~~
김천 휴게소에 들러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그냥 쭉 가면 또 나올 거라고...
그 불확실한 설명을 듣고 난 또 그대로 달렸지.
길이 멀다고?
난 미분을 했다.
긴 길을 조금씩 미분을 해서 짧은 거리를 묶었지.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조삼모사인 격이지.
난 참 그런 거 보면 단순하다.ㅎㅎㅎ
김천을 지나서는 T맵을 켜고 시키는 대로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울까지는 켤 필요도 없었는데 엉뚱한 짓 한 거지.
켜야 할 땐 안 켜고...
서울을 통과해서 경기도 쪽으로 들어서니
이정표가 다시 대전쪽으로 나온다.
뭔 일인겨?
T 맵은 조용하고 흔들어도 말이 없다.
이렇게 얌전한 네비는 보다보다 처음 본다.
경기도로 들어서니
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는 빗줄기 사이로
눈에 익은 풍경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
.
.
.
.
내가 이름 붙여준 잎새 섬이 보이자
내가 해 냈다는 성취감과
거기 그렇게 여전히 있어 준 그 섬이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났다.
그래, 해 냈구나.
내 바운더리를 벗어나
한계를 뛰어 넘었구나.
Dana Larsen - With Just oneKiss
두물머리 처음 갔을 때
이곳을 찍으며 현수막과 사람들 때문에
이 좋은 프레임이 아까웠는데
오늘은 원 없이 찍었다.
큰 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강에 서니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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