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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저에게 보내 준 천사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7. 11. 23.










4고시 아이들 싸움에 너무 놀라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습관처럼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지요.

뭐가 먹고 싶겠습니까?




밥 몇 숟가락, 반찬 몇 개 대충 담아서 자리로 가려는데

배식하시는 아주머니가 배추도 가져가라고 그릇에 담아주기에

먹고 싶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그래도 먹으라고



저를 모르는 아주머니일 것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것인데

아주 따뜻한 마음으로 배추를 담아주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했습니다.

너무 고마워서요.



주는 배추를 들고 막 가려고 하는데

선생님, 이것도 좀 먹어보세요. 그러면서

내가 담지 않은 오이소박이도 챙겨줬습니다.

고생이 많지요? 그러면서요.





내 얼굴색이 아마도 핏기가 하나도 없긴 했을 겁니다.

저는 몇 숟가락의 밥과 아주머니가 챙겨준 오이소박이를 먹었습니다.

밥도 다 먹었는데 배추는 많이 남았습니다.




나는 그냥 배추만 우걱우걱 씹어먹었습니다.

누가 보면 배추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렇게 먹는 줄 알았을 겁니다.

저는 그 아주머니의 마음을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위는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다 받아들였습니다.



식탁 군데군데 먹지 않고 내버려둔 배추잎이 보이더군요.


그 아주머니는 위생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다음에 스친다해도 저는 누군지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세상의 누구보다도 고마운 사람이었습니다.

저에게 보내준 천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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