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세천리 소나무를 찍고 싶었습니다.
낯선 사람 따라갈 기회도 있었지만
워낙 착한 어린이라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길 수 없어
집으로 돌아왔던 슬픈 사연도 있습니다.
요즘 심심하면 T-map을 쳐서 모의주행을 해 봅니다.
오늘도 걍 장난삼아 세천리를 치니까
원 세상에 지척에 있었더만요.
우리 집에서 24km...
뭘 망설이겠습니까?
베낭 매고 T-map 켜고 냅다 달렸지요.
근데 말이죠, 세상 일이 그리 녹록치는 않잖아요?
세천리까지는 왔는데 소나무 주소는 없더라는....
아~~ 참...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고맙게도 어느 블로그에 자세한 위치 설명과 주소까지 있었습니다.
그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천리 145-2
맞나?
헐~~맞고,잉???
그게 아직 입력 돼 있다니
이럴 때는 제가 기특하다니까요.ㅎㅎㅎ
주소 쳐서 갔더니
정말 있었습니다.
카메라 들고 설치는 사람은 저 뿐이었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맘대로 앵글을 잡았죠.
웬 떡이냐 싶었지요.
근데요
그게요
아직 일몰 때가 안 돼서 그랬던 겁니다.
아... 초보의 비애.
해가 소나무에 걸리기 시작하니까 제 뒤에
주루룩 삼각대가 즐비하게 서더구만요.
아, 프로는 다들 시간 맞춰 오는구나.ㅎㅎㅎ
해가 나무사이로 들어와 줄지 안달이 났습니다.
하~~
근데 들어와 줬습니다.
대박입니다.ㅎㅎㅎ
아쉬운 것은 늘 인터넷 사진에서 보던
붉은 저녁노을 속의 소나무를 찍지 못한 것입니다.
처음에 있던 구름도 다 도망가버리고
저는 필터도 없어서
동그란 해는 담을 수 없었습니다.
필터만 있었으면
동그란 해가 소나무 사이에 쏙 들어간 예쁜 사진을 얻었을 텐데요...
필터 빨리 사야겠습니다.
빛 갈라짐이 없었다면 더 예뻤겠지요?
저야 빛갈라짐을 무지 좋아하지만
그것도 아무 때나 좋은 것은 아니네요.ㅎㅎㅎ
뭔가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진 찍던 분이 올라가
모델이 돼 줬습니다.
소나무가 태양을 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가 왜 이렇게 유명하지?
그러면서 지나가던 연인을 불러다가 모델을 시켰습니다.
아주 여러 가지 포즈를 잘 취해 줬습니다.
뽀뽀도 하더만요.ㅎㅎㅎ
여명에 홀로 남은 세천리 소나무를 뒤에 두고
손과 발이 꽁꽁 얼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와우~~
나도 세천리 소나무 일몰을 찍었다구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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