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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속의 이야기

두미도의 첫날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3. 5. 21.

 

   

 

 

 

 

 

 

몇 년 전

두미도에 처음 왔을 때는

그리 또 오고싶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두미도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배에서 내리는 순간

내가 왜 두미도를 잊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섬집 담장에 피어있는 작약을 보며 좋아하니

마중 나오신 목사님이 아예 작약밭으로 데리고 가셨다.

 

 

 

 

 

작약밭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를 해야겠다.ㅎㅎ

 

 

 

 

 

 

 

 

 

 

 

 

 

 

 

 

저녁으로는 참돔회를 준비하신다 해서

침을 꼴깍 삼키며 섬 산책에 나섰다.

 

 

 

 

 

 

 

 

 

 

 

 

 

 

 

 

섬에 사는 주민도 많지 않고

드나드는 관광객도 적어서

섬은 그야말로 청정해역이었다.

 

 

 

 

 

 

 

 

 

 

 

 

 

 

 

 

멀리 보이는 섬 이름을 알뜰히도 물었었는데

살뜰히도 까먹었다.

 

 

 

 

 

아무튼 욕지도가 제일 큰 섬이고

여러 섬들이 있었다.

바다가 그리는 물길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지는 빛에 반짝이는 초록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이리저리 각을 돌려 찍어봐도

반짝이는 그 초록을 잡아내지는 못한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황금빛의 바다가 장관이다.

 

 

 

 

 

 

 

 

그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그마한 배는

기억 저편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 살았는데

대나무 밭이 있는 집 뒤 언덕에 올라

황금빛으로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붕붕 울리는 뱃고동 소리가

바람에 실려 울려왔었다.

 

 

 

 

 

 

 

 

 

 

 

 

 

 

 

 

 

나는 오늘 바라보는 해가 지는 풍경은

마흔 세 번을 보지 않아도 된다.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과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

 

 

 

 

 

 

 

 

 

 

 

 

 

 

 

 

 

서산으로 넘어가는 동그란 해를 찍고 싶었다.

조리개를 바짝 조이고

제발 퍼지지 말아라, 그랬더니

ㅎㅎ

동그랗게 나와 줬다.

 

 

 

 

 

 

 

 

 

 

 

 

 

 

 

바다에서 보는 일몰은 참 오랜만이다.

거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서 꼭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망각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새로운 감동으로 채울 수 있으니...

 

 

 

 

 

 

 

 

 

 

 

 

 

 

 

 

 

 

해가 넘어간 새파란 하늘엔

내가 좋아하는 황진이의 눈썹같은 초승달이

소리없이 떠있었다.

 

 

 

 

 

 

 

 

 

 

 

 

 

 

 

 

회를 준비하고 계시는 목사님 댁으로 돌아와

바람 불고 쌀쌀하니 목사님이

통나무를 십자로 쪼개서

그 속에 불쏘시게를 넣고 모닥불을 피워주신다.

 

 

 

 

 

 

근데

정말 오늘의 최고의 이벤트였다.

너무나 멋지고

도시보다 많은 별들을 쳐다 보며

새롭게 아름답게 다가온 두미도의 첫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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