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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편린

추억 잠기기에 좋은 날

by 까탈스러운 장미 2013. 12. 9.

 

 

 

 

 

 

 

 

 

 

 

겨울비가 촉촉히 내린다.

포근한 날이라 안개가 가득 낀 채 보슬비가 내리면

그런 날은 참으로 추억에 잠기기에 좋은 날이다.

 

 

 

 

 

 

이런 날은 늘 생각의 시계바늘은 대학시절

교정을 들어섰을 때

하얀 안개속을 우산을 접고 보슬비를 맞으며 걸었던 그 시점에서 멈춘다.

 

 

 

 

 

 

그때의 그 촉촉하고 찹찹한 포근한 겨울의 공기.

그 안개 냄새.

 

 

 

 

 

 

기숙사 점호시간을 몇 분 남겨놓고

타박타박 구두소리를 들으며 언덕길을 걸어올라갔던 그 추억.

 

 

 

 

 

 

 

그 길 이름은 급하게 뛰어와 멀리 기숙사 불빛이 보이면

그제야 휴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해서

휴웃길이라 불렀다.ㅎㅎ

 

 

 

 

 

 

 

이런 날은 그 날이 너무나 가깝게 느껴진다.

셀 수도 없이 먼 수십 년 전의 일인데도...

 

 

 

 

 

아마도 결혼식 때

기숙사 방식구를 만나서 그 추억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밤 10시

엄정행씨의 목련화가 기숙사에 울려퍼지면

우리는 모두 침대 옆에 서서 점호를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군대도 아니고...

그러겠지만 그것이 추억이 될 줄이야...

 

 

 

 

 

 

 

지금 그 좁고 허름한 기숙사는 허물어지고

호텔같은 기숙사가 들어섰더라.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남학생이 몰래 학교로 침투하면

곱슬머리의 수위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쫓아가서

그 무단침입자를 기어이 잡아내고야 말았던

그야말로 철저한 직업정신으로 신문에까지 났던 그 시절의 금남의 집은

이제 먼 옛날 이야기가 됐다.

 

 

 

 

 

 

 

어느 날 아들이

엄마 모교에 와 있어요 하기에

너 수위아저씨한테 들키면 큰일 나, 그랬더니

그건 이미 역사속의 이야기라고 아들이 그랬다.ㅎㅎ

 

 

 

 

 

 

그리웠던 시절이

안개속에 싸여 손을 뻗어도 만질 수가 없네...

 

 

 

 

 

오늘도 내일도 나,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데

잡다한 일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말없이 살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한 곳만을 쳐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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