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인천 가는 7시05분 비행기인데 며느리가 늦어도 5시 30분까지는 가라고 하는 바람에
새벽에 나섰습니다.
국내선인데 뭐 그리 일찍 가야 하나? 하면서도
저는 워낙 며느리 말을 잘 듣는 착한 시어머니라 하라는 대로 일찍 갔습니다.
새벽에 출근하는 딸은 전날 저녁에
더 새벽에 나서는 엄마 아빠를 위해
이렇게 샌드위치를 싸 줬어요.
제 딸 자랑은 더 안 해도 이미 아시지요?ㅎㅎㅎ
며느리 말 잘 들은 덕분에 1시간 넘는 충분한 여유를 갖고 놀았습니다.
내가 자주 일출을 찍던 금호강변을 날아 인천공항으로 날았습니다.
시간이 일출시간이라 은근히 뱅기에서의 일출을 기대했는데
북쪽으로 날아가는 뱅기의 왼쪽에 앉았으니 그 꿈은 멀리 날아갔습니다.
뱅기 날개 끝이 빨갛게 달아오른 사진만 얻었습니다.ㅎㅎㅎ
인천공항에 내려 두 시간 대기하는 동안
내가 타야할 뱅기 개찰구에 꼼짝 않고 앉아 기다렸습니다.
근데 사진 몇 장 찍으러 반경 30미터 정도는 돌아다녔습니다.ㅎㅎㅎ
난데 없이 위에 사진은 왜 올렸냐구요?
자세히 보세요.
뱅기 날개 위에 파리만한 뱅기 한 대가 있잖아요?
뱅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남자 직원이 남편에게 성명을 대며 맞느냐고 묻더군요.
순간 뭔 일인가 놀랐죠.
근데 정말 놀랄 일이었습니다.
며느리가, 내 사랑스런 며느리가 말이지요, 시아버지 생신이라고 케잌을 주문한 거였어요.
뱅기가 뜨기 전이라 며느리에게 당장 문자를 날렸지요.
아~~~요런 ㅎㅎㅎ
내 여우같은 며느리야 이렇게 감동을 줘도 되는 거야?
에구~~~~정말 고맙다.
기내식 먹고나서 케잌이 나왔어요.
이 여행 끝까지 한 번도 음식을 먹기 전에 찍은 사진은 없을 겁니다.
그저 먹는 거 보고는 좋아서 먹다가
아, 사진... 그러고 찍었으니까요.ㅎㅎㅎ
근데 딸이 싸 준 샌드위치를 많이 먹은터라 케잌이 남았어요.
남편이 어쩌노 그러기에
언듯 뱅기 탈 때 조그마한 아이를 본 것 같아
기내를 훑어 봤지요.
멀리 가지 않았더군요.
바로 제 앞에 유치원쯤 다닐 것 같은 여자 아이가 있었어요.
옆에 앉은 엄마를 톡톡 치며 불렀지요.
남편 생일이라 케잌을 나눠 먹고 싶은데 드시겠냐고
너무 좋아하며 받더군요.
좋아하며 받을 줄 아는 마음이 고마웠어요.
옆으로 스쳐가는 뱅기 잡으며,
우리나라 동해안의 해안선도 내려다 보며
2시간 40분의 여정을 마치고 삿포로 공항(신치토세 공항)에 안착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우같은 며느리가 있을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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