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2주에 한 번씩 제비를 뽑아 자리를 바꿉니다.
이번 주는 자리를 바꾸는 주입니다.
제비뽑기 종이는 제가 준비했지요.
아이들이 뽑기 전에 미리 당부를 했어요.
우리 거짓말 하지 말자.
서로 남의 자리와 바꿔치기 하지 말자.
아이들은 제비를 뽑았고 다시 자리를 정리하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저번 주에 짝이었던 녀석 둘이가 또 짝이 됐어요.
우연 치고는 너무나 정확한 우연이었고
인연 치고는 너무나 지나친 필연이었지요.
저는 따로 불러서 물어볼까 하다가
그녀석은 어딘가 대담한 녀석이라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지요.
혜민아, 자리 바꿔치기 했니?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다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물었지요.
아~~ 정말 여기 아이들은 참 순박하고 착해요.
그녀석이 제 눈을 쳐다보며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마트면 눈물이 흐를 뻔 했지요.
저는 정말 정말 고맙다고 했어요.
그리고 더 긴 이야기 하지 않았지요.
나머지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종례 들어갔을 땐 그녀석은 맨 뒤에 자기 자리에 앉아있었고
저는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내일은 조용히 불러 제가 얼마나 감동하고
얼마나 행복한 담임인지를 말해주려고 해요.
어서 오늘밤이 지나고 내일이 됐으면 좋겠네요.
먼 길이 멀리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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