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요란한 매미소리로 작별을 고하고 있는 한가한 초가을 아침에
라디오를 켜니 해금으로 연주하는 보리밭이 흘러나온다.
먼 옛날의 기억을 추억하기에 너무나 좋은 시간아닌가...
여고 1학년 때
꿈에도 그리던 백석국민학교를 다니러 갔다.
국민학교 4학년 말에 전학을 갔으니
내 유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곳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빨간 벽돌을 빻아서
풀 뜯어 넣고 김치 담그며 소꿉놀이 하던 친구를 찾아
대구에서 경기도 백석까지 여름방학에 달려갔다.
보리밭이었는지...
그 보리밭 사잇길을 걷는데
말 없이 뒤따르는 먼 발길이 있었다.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은 동창생이 가끔씩 편지를 보내왔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때는 아무에게나 편지를 보내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먼 발길이 그 아이라는 것이 직감되었다.
약간의 두려움은 잠시...
내가 돌아보면 그 아이는 멀리 뒤돌아 눈길을 피했다.
그리고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 마디 말도 걸지 않고 그렇게 나의 걱정을 잠재워 주었다.
참으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나에게 전달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그 마음이 아직도 고맙게 내 기억에 남아있겠지.
오랜만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보리밭에 그때의 기억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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