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삼촌이 집에 다니러 오셔서 들려 준 이야기다.
사르트르의 '구토'에 나오는 조약돌 이야기.
주인공 로캉탱은 물속에 하얀 조약돌을 보고 아름답게 느꼈다.
그리고 물 속에 그 조약돌을 손에 쥐는 순간
그는 구토를 느낀다.
눈으로 보기만 했을 때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것을 집어드는 순간
그 조약돌의 차가운 감촉은 그에게 구역질이 나게했다.
난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어보지는 않았다.
그냥 이 줄거리를 삼촌으로부터 들은 것이 다다.
존재한다는 것은 조약돌이 물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차가운 것인지
심장을 울릴 정도로 따뜻한 것인지는
그 존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의 본질이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내 멋대로 조약돌의 아름다움만 보고
그 본질의 차가움을 알았을 때
나의 무지를 탓하지 않고 조약돌을 탓한다.
왜 구토가 날 정도로 차갑냐고.
바보같이 존재만 보고 본질을 판단하다니...
본질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야.
'내 삶속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 박 (0) | 2013.01.23 |
---|---|
사진 한 장의 의미 (0) | 2013.01.23 |
어떤 기도 (0) | 2013.01.22 |
One Way Ticket (0) | 2013.01.22 |
추암의 바다 (0) | 2013.01.20 |
댓글